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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이쯤 되면 전설이 된 ‘마지막 승부’에 견줄 만하다
기사입력 :[ 2019-12-30 14:07 ]


야구팬들 미치게 만드는 ‘스토브리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얼마 전 토론토와 계약한 류현진이 뛰는 메이저리그나 플레이오프 제도개선안을 내놓고 논란을 낳은 KBO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승수 단장(남궁민)이 이끄는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5.5%의 시청률로 시작해 5회 만에 그 배를 뛰어넘는 12.4%를 기록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대박 드라마 특유의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참고로 5회 시청률은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비유하자면 2차 통계 영역이다. 5%대가 넘는 2049시청률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점령해버린 화제성은 실검 1위에 드라마 속에 나오는 용병 계약금액인 ‘50만 달러’가 올라올 정도였다. SBS 금토드라마의 탄생 신화를 쓴 <열혈사제>급으로 다가가는 중이며, 1994년 방영돼 전설로 남은 <마지막 승부> 이후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 소재 드라마다.



야구 프런트 이야기를 다룬 우리에게 마이너한 드라마가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궁민의 티켓파워도 한몫 했겠지만 프로야구팬들의 구미를 적중시킨 그럴듯한 야구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40여 년 되면서 야구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재야 전문가가 가장 많은 분야 중 하나로 야구 사랑과 지식이 해박한 마니아층이 두텁다. <스토브리그>는 이들을 끌어안았다. 기존의 전문직 드라마, 본격 장르 드라마가 해당 마니아층의 외면과 부끄러움을 산 것과 달리 깐깐하고 자존심 센 야구팬들의 사랑을 발판삼아 주류 시청자들에게도 어필되는 대중적인 콘텐츠로 올라섰다.

핸드볼, 씨름 구단 단장 출신의 프로야구단장이나 너무나 젊은 운영팀장인 이세영(박은빈) 등 몇몇 주요 등장인물 설정과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선수가 단장에게 린치를 가하고, 선수 출신인 현지 통역 겸 코디네이터를 용병선수로 계약한다는 에피소드는 물론 만화적 요소가 짙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데 첩밥통 프런트와 무능한 감독과 코치들의 파벌싸움, 스타플레이어의 인성 문제와 트레이드 등 야구팬들이라면 기시감에서 오는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을 바닥에 쭉 깔면서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런트 직원들에게 동 포지션에 상무에서 제대하는 선수 있어서 트레이드 할 때 신인픽을 함께 넘겼다는 설명이나, 18승 투수와 쓸 만한 셋업맨과 국가대표 5번 타자와 신인 지명권의 2:2 트레이드라는 팬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질 게 뻔한 대형 트레이드,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강정호의 말과 여러 연유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던 백차승이 떠오르는 상황 설정, KBO의 가장 불편한 지점인 병역 이슈와 스카우트 비리 등 <스토브리그>도 마치 <미생>처럼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를 가상의 세계에 투척하고 이야기를 꿰어가면서 현실과 다른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지켜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야구를 모르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잘 몰라도 남궁민의 캐릭터는 잘 안다. 통계를 이용해 야구를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로 야구 역사를 새로 쓴 영화 <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처럼 백승수 단장도 기존의 해석과 방식과는 전혀 다른 한 수를 둔다. 굉장히 냉철하고 뻣뻣한 사람인데 흥미롭게도 일처리를 지켜보면 휴머니스트라는 점이 인상적이고 매력이다. <김과장> 때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배경 설명이 생략되고, 업계, 가족, 커뮤니티에서 동 떨어져 나타난 천재, 괴짜 타입의 캐릭터인데 휴머니즘과 올바름을 바탕으로 확실한 일처리를 하는 남궁민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카타르시스가 있다.



따라서 비단 우리 프로야구사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을 드림즈 구단 사무실로 모시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길창주(이용우) 스토리는 백차승 선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지만, 감동의 신파를 과감하게 섞어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스카우트 팀의 문제와 비위를 파헤치던 3,4회는 투 트랙으로 움직이는 백 단장을 따라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고 교차되는 연출은 야구 지식과 상관없이 쫀쫀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서스펜스였다.

김구라는 지난 28일 <스토브리그>를 결방시키고 방송한 <2019 S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이 더 이상 납득할 수 없는 시상식은 이제 그만하고 지상파 3사 통합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밖에서는 1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인사이더가 그것도 생방송 중에 터트린 과감한 발언은 대상 수상자인 유재석보다 훨씬 더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로, <2019 SBS 연예대상>에 대한 기대나 반응 이상으로 <스토브리그> 결방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 피드가 활발했다.



별다른 긴장 요소가 없는 연말시상식보다는 현실에선 답이 없는 문제를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더 큰 흥미다. 과연 <스토브리그>의 다음 이슈는 무엇일까. 전문 분야의 팬들도 만족시키면서 대중성 짙은 흥행 코드를 안고 있는 또 한편의 흥미로운 드라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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