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예대상’ 빛나는 대상 박나래, 그 무대 빛내준 유재석·김구라

[엔터미디어=정덕현] <2019 MBC 연예대상>의 대상은 박나래에게 돌아갔다. 충분한 대상감이었다. 이미 3년 전부터 대상 후보에 연달아 올랐다는 건 그의 노력과 성과가 그만큼 꾸준했다는 방증이었다. 특히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이 된 <나 혼자 산다>가 전현무와 한혜진의 하차로 위기상황에 몰렸을 때 든든히 프로그램의 중심축을 잡아준 박나래가 아니었던가. 또 박나래는 MBC의 올해 신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구해줘 홈즈>가 자리를 잡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MBC에서 주는 상이지만 박나래는 예능가 전체를 두고 봐도 올 한 해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 예능인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농염주의보>는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지금껏 국내에서는 좀체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을 연 프로그램이었다. 그의 대상이 MBC에 기여한 부분만이 아니라 올 한 해 예능가 전체에서 활약한 그의 시대성 역시 포함된 부분이라는 의미다.



오랜 시간 노력해왔던 만큼 수상소감이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 상은 제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말에는 그간 여성 예능인들에게 특히 박했던 예능가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이영자, 유재석을 언급하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박나래가 어째서 그렇게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줬다.

키가 작아 항상 누군가의 턱이나 콧구멍을 본다며 “아래에서 여러분을 우러러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얘기에서는 박나래의 웃음이 얼마나 자신을 낮춘 자세에서 비롯되는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착한 사람도 선한 사람도 아니지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예능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주어진 박나래의 대상이 정점의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을 갖게 만드는 소감이 아닐 수 없다.



이날 <2019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박나래와 최종경쟁을 벌였던 유재석은 계속해서 박나래가 대상을 탔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함으로써 그의 진심을 드러냈다. 대상 욕심이 없는 예능인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유재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나래의 대상 무대를 빛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대상만큼 유재석에게 의미가 있었던 건 신인상이었다. 유산슬이라는 부캐(부캐릭터)로 받은 신인상이지만 그에게는 29년만의 첫 신인상이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밝혔듯 “평생 받을 수 없는 상”이 될 뻔했던 신인상이니 어찌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축하무대로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을 부르는 유재석에게서 느껴지는 건 여전한 ‘신인’으로서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유재석의 신인상은 어쩌면 그래서 대상보다 더 값진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번 <2019 MBC 연예대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역시 김구라였다. <2019 SBS 연예대상>에서도 구색에 집착하는 연예대상에 이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해 대중들의 큰 공감대를 얻었던 그는 그 날 박나래의 한숨이 논란이 됐던 걸 <2019 MBC 연예대상>을 통해 대신 해명해주는 훈훈함을 보였다. 자신의 ‘과장된 퍼포먼스’에 박나래가 ‘예능적인 리액션’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 이로써 김구라는 올 한해 <연예대상>이 만든 스타가 되었다. 비록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은 놓쳤지만 시상식의 의미와 현실태를 되새기게 하면서도 통 큰 웃음과 화제성을 제공하며 <연예대상> 흥행의 수훈갑이 된 것. 재야의 흥행대상감이라는 얘기다.

박나래는 가장 당당한 대상감이었고, 유재석은 대상은 놓쳤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신인상을 받았으며, 김구라는 <연예대상>을 통해 특유의 직설화법이 여전히 힘이 있다는 걸 확인시켰다. 이로써 <2019 MBC 연예대상>은 모두가 올해만큼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상식이 되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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