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고 감성 동화, ‘골목’ 포방터 돈가스집 부부가 감동인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전래동화의 교훈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흥부처럼 착하게 살다가는 뒤통수를 얻어맞기 일쑤고, 은혜 갚은 까치 같은 사람은 종종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한다.

하지만 그런 2019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동화는 존재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포방터 시장 돈가스 부부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포방터 시장 연돈은 사실 그간 방송에 나온 다른 골목식당과는 처음부터 결이 다르기는 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사실 악마의 편집 같은 기법으로 시청자를 낚는 프로그램이었다. 망한 시장골목의 파리 날리는 골목식당. 하지만 요식요정 백종원의 솔루션으로 식당은 어느새 신데렐라의 호박처럼 또 다른 황금마차로 변하기 시작한다. 허나 현실은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고, 식당 상인들 역시 종종 악의 축처럼 묘사될 때가 있다. 방송은 편집을 통해 그 과정을 자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기법을 활용한다. 그렇기에 솔루션을 받는 골목식당의 주인이 괴팍하거나 고집스러울수록 시청률은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포방터 돈가스는 <골목식당> 특유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잡아끌었다. 그것은 백종원이 처음 방문해 돈가스를 먹자마자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서만은 아니었을 터였다.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 집이 방영될수록 이 식당의 두 부부의 삶은 애틋하면서도 또한 흐뭇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늘 읽고 싶던 동화, 하지만 옛날식의 교훈이 아닌 2019년에 어울리는 교훈과 감동이 있었다. 우선 부부는 맹물처럼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는 믿음과 신념이 있었다. 장사로 떼돈을 버는 것보다 우선 사람들에게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신념이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거라 믿기도 했다.

포방터 <연돈>의 사장님은 돈가스의 마이스터였다. 그는 늘 질 좋은 고기, 맛있는 조리방법을 연구하며 돈가스에 ‘올인’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요식요정 백종원이 찾아오기 전까지 이 집에는 좁은 식당에 손님 대신 한숨이 가득했다. 상술에는 문외한인 사장님 때문에 홀 서빙을 담당하는 사모님이 가격 500원을 올리기까지도 엄청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좋은 재료와 맛있는 맛은 장담할 수 있어도 포방터 시장에서 이 돈가스 맛집을 널리 알릴 방법은 두 사람 모두 찾지 못했다.



이처럼 늘 좋은 맛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연돈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만나면서 포방터 돈가스 맛집은 금세 붐을 이뤘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찾아올 때 그 성공은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갖는 것이니 말이다. 방송 내내 이 좁은 식당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두 부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더욱 충분했다. <연돈>의 부부는 점점 늘어나는 대기 손님을 위해 식당을 넓히는 대신 대기실을 만든다. 그러면서 <연돈>의 사모님은 손님들에 감동하고 또 손님들에게 미안해 눈물까지 흘린다. 성공하면 안면이 달라지는 사람과 달리 이들은 처음에도 맑고 이후에도 맑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최근 방송에서 <연돈>의 부부는 포방터 시장을 떠나 제주에서 새로운 식당을 열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으로 포방터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방터 시장을 떠나면서 <연돈>의 사모님이 한 멘트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골목식당> 방영 이후 사람들이 처음 찾아와서 돈가스가 맛있다고 말했을 때 너무 행복했다고. 그 순간에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고 칭찬받았을 때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것은 돈이 전부일 수밖에 2019년의 지금 우리에게도 공감을 주는 멘트였다.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꿈꾼다. 동시에 거짓 없이 자기 일에 몰두해서 정직하게 맛있는 맛을 내고, 고마움을 고맙게 여기는 사람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마도 포방터 시장 앞 골목을 채운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2019년의 감동 동화를 만들어준 <연돈> 부부의 마음의 맛을 돈가스 한 입으로 맛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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