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끄집어낸 허성태의 더 큰 잠재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는요. 저는 뭐 형님 배신 때릴 줄 알았습니까? 의형제인데.” 믿을 건 심보경 경장(정인선)밖에 없다는 육동식(윤시윤)의 말에 장칠성(허성태)은 살짝 토라지며 그렇게 말한다. 그 말에 육동식이 오열하자 장칠성도 함께 울며 “제발 울지 좀 마요”라고 말한다. 조폭이니 싸이코패스 포식자 살인마니 하는 호칭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쫄보에 눈물 많은 이 콤비는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케미를 보여준다.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보다보면 이 인물이 과연 늘 봐왔던 그 허성태가 맞나 싶다. 물론 시작은 늘 허성태가 해왔던 살벌한(?) 이미지의 조폭 장칠성이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이었을 뿐, 실제로는 쫄보에 두들겨 맞기 일쑤인 인물.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육동식(윤시윤)을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를 위할 줄 아는” 진정한 협객으로 받아들이며 ‘형님’으로 모시는 인물이 된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흥미로운 건 탈옥한 육동식이 자신이 진짜 포식자가 아니었고 기억을 잃은 채 싸이코패스의 다이어리를 갖게 되어 착각했던 거라는 걸 털어놨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형님”이라 부른다는 사실이다. “뭐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지 뭐.”라며 그는 육동식을 따라다닌 이유를 말한다. 물 주먹으로 비웃음 받았던 그는 그 바닥을 뜨려고 할 때 육동식을 만났다는 것. 육동식이 그건 자신이 포식자인 줄 알고 착각해서 그런 것이라 말하자 장칠성은 말한다. “형님 진짜 힘은요. 여기(주목)서 나오는 게 아니고 여기(가슴)서 나오는 겁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육동식이라는 스스로 싸이코패스라 착각해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파리 한 마리 못 죽이는 ‘착한 사람’이라는 캐릭터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이나 마찬가지다. 싸이코패스에 연쇄살인범으로 누명까지 쓰고 감옥에 갔다 탈옥까지 하지만 그는 착한 사람이다. 번듯해 보이지만 모든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숨기기 위해 뇌물을 쓰고 선량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서인우(박성훈) 같은 인물과 육동식은 그래서 대비를 이룬다.





이 대결구도에서 보면 허성태가 연기하는 장칠성 역시 조폭 캐릭터의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살벌해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약하고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인물. 그래서 육동식과 장칠성의 조합은 서인우와의 대결구도에서 더 끈끈해진다. 사실상 육동식의 처지와 장칠성의 처지는 비슷한 선량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장칠성이라는 반전 캐릭터를 허성태는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살벌함을 뒤집어 코믹함을 주고 그러다가도 때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변모하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라는 작품의 퓨전적인 성격을 허성태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장칠성을 코믹하면서도 짠한 페이소스까지 담은 인물로 연기해내고 있는 것.



사실 보통은 평범한 인물의 역할을 연기하다가 연기 변신을 하기 위해 악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성태는 정반대의 연기변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하게 만든다. <터널>이나 <보이스>는 물론이고 영화 <밀정>, <범죄도시>, <신의 한수2> 같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허성태. 그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에게도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그래서 35살의 나이에 늦깎이로 배우를 시작한 허성태에 더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영화 <밀정><범죄도시><신의 한수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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