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쥐어짜는 억지감동을 참는 데도 한계는 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초콜릿>은 요리사 문차영(하지원)과 신경외과 의사 이강(윤계상)의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둘의 사랑은 이 드라마의 토핑 정도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 당연히 윤계상과 하지원이 사랑에 빠질 줄 알았지- 드라마 중반부를 넘어선 지금은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한 휴먼드라마다. 이어질 듯 말 듯 잠깐 등장하는 썸타기는 양념 정도에 불과하다.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과 그들을 위해 요리사 문차영이 준비하는 한 입의 힐링푸드가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인 것이다.

로맨스가 아니라, 힐링 스토리라도 상관없다. 다만 하지원과 윤계상의 팬덤이라면 생각보다 주인공의 역할이 작다는데 아쉽기는 하겠다. 하지만 힐링 스토리의 감동이 자연스레 마음에 스민다면 그것만으로도 <초콜릿>은 달콤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초콜릿>은 여기에 어울리는 담담하면서도 달콤한 배경음악을 갖췄다. 또한 배우들의 마음을 울리는 호연도 존재한다. 또한 감각적인 영상으로 가끔씩 시각적인 만족감을 줄 때도 있다. 그 때문에 <초콜릿>은 죽음과 이별처럼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다루지만 영상 자체는 평화로운 그림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처럼 포장은 완벽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맛 본 것은 이 드라마에 PPL로 참여한 고디바 초콜릿 같은 고급스럽고 달콤한 맛은 아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데, 좀 짜증이 나는 맛이다.

<초콜릿>은 첫 회부터 억지감동을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장면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맨 처음 이강과 문차영은 한 병원의 의사와 환자로 만난다. 이강은 베프 권민성(유태오)과 함께 병원 벤치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먹는다. 잠시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어디선가 문차영이 나타난다. 맹장수술을 끝낸 문차영은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다. 하지만 누군가 먹다 남긴 김밥과 떡볶이를 보고 식욕이 돌아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운다. 뒤늦게 나타나 이를 보고 놀란 이강, 이렇게 두 사람은 만난다. 그리고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문차영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초콜릿>에서 느끼는 맛도 비슷하다. 과거 예전의 드라마에서 먹다 남고 우린 소재들을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다만 시청자가 그 황당한 기분을 느끼기 전에 <초콜릿>은 재빨리 서사를 진행한다.

그 때문에 시청자는 문차영이 짝사랑한 건 이강이지만 문차영이 이강의 베프 권민성과 사귀는 이야기를 본다. 하지만 어느새 두 사람은 헤어지고, 문차영은 그리스로 떠나고 권민성은 죽어가는 환자가 된다. 권민성이 바라는 것은 문차영이 만들어준 만두전골! 이강은 베프의 소원을 위해 그리스로 찾아가 만두전골을 만들어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여기서 잠깐, <초콜릿>은 지금은 은퇴한 임성한 작가가 몰래 쓴 컴백작이 아니다. 2000년 대 초반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싸이월드 세대 감수성을 뒤흔든 대히트작을 만든 제작진들의 작품이다.

하여튼 권민성은 죽기 전에 그리스에서 돌아온 문차영의 만두전골을 맛본다. 하지만 이강은 그 사실을 모르기에 문차영에 대한 악감정이 있다. 이후 이강은 문차영을 차에 태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피를 흘리며 기절한 문차영, 역시 피를 철철 흘리는 이강. 하지만 이강은 문차영을 살리기 위해 피 흘리는 몸으로 혼신을 다해 직접 수술을 한다. 이후 문차영은 회복되지만, 이강은 손 떨림 증상으로 신경외과 수술의 생활을 접는 상황에 이른다. 이때부터 시청자는 머리를 긁적인다. 툭하면 교통사고나 사고사건이 일어나는 이 아날로그식 드라마 전개를 2020년의 레트로 스타일로 봐줘야 하나?



이후 두 사람이 같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와 요리사로 일하면서 <초콜릿>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앞서 말했듯 두 사람의 로맨스는 여전히 답이 없다. 매번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초콜릿>의 흐름이다.

죽어가는 그들을 위해 문차영은 짜장면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문차영을 괴롭히는 남동생 문태현(민진웅) 역시 병원까지 따라와 사고를 친다. 왜냐 매번 사건을 일으켜야 하니까. 문태현의 행동으로 작위적이고 어디서 본 듯한 사건진행들은 겹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만 언제나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의 죽음으로 눈물을 짜낸다. 이것이 <초콜릿>이 보여주는 전략이다. 아무리 감각적인 요리 만들기 장면에 침샘이 고여도, 죽어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눈물샘이 젖어들어도 그것은 결국 순간에 불과하다. 드라마 전체의 만듦새는 결국 말도 안 되는 전개로 만들어진 공갈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회차에서 문차영은 환자 가족과의 다툼 끝에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결과는 문차영이 뇌에 문제가 생겨 미각을 잃었다. 갑자기 2020년의 드라마 <초콜릿>에서 <대장금>의 수라간 냄새까지 맡게 될 줄이야……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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