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타이저가 회에 밥 한 공기.. ‘라끼남’, 강호동의 역발상 먹방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프로그램 밤에 보면 큰 일 난다. 결국은 따라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tvN 예능 <라끼남>이 첫 번째로 지리산을 찾아간 데 있어 이번에는 강구 바다를 찾았다. 라면 하나 끓여먹기 위해 산을 오르고 바다를 찾는 건 <라끼남>이 가진 역발상 스토리텔링을 잘 보여준다.

사실 산에 오르고 나서 라면 하나 끓여먹는 일은 우리가 이미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봤던 장면이다. 하지만 <라끼남>은 목적과 과정을 뒤집어놓음으로써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 즉 산에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라면을 끓여먹는 게 목적이고 그 과정이 산에 오르는 것으로 바꿔 놓자 이야기는 신선해진다. 그렇게 목적 자체를 바꿔놓자 그 과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산장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과정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강구 바다는 어떨까. 산을 오르는 일보다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만일 배를 타게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배 위에서 조업을 돕고 나서 끓여먹는 라면의 맛. 맛은 있겠지만 배멀미에 만만찮은 노동강도는 산을 오르는 일 못지않을 게다. 그러니 바다를 찾은 일도 ‘뭐 라면 하나 끓여먹으려고 그렇게까지?’가 콘셉트인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배를 타기도 전 강구 오일장을 찾아 갖가지 반찬과 오징어를 사와서 민박에서 끓여먹는 대목에서도 강호동은 먹방의 역발상을 보여준다. 다음날 탈 배의 선장님을 기다리다 우연히 만난 어르신이 강호동이 한껏 기대하는 대게라면에 대해 “맛없어. 꽃게라면이 좋아”라고 기대를 깨는 답변으로 웃음을 주더니, 오일장에서는 강호동이 아이돌 못잖은 주목을 받으며 한껏 즐거워진다.



하지만 오징어를 열 마리나 사서 민박으로 돌아온 강호동의 먹방은 오징어라면을 먹기 전 애피타이저라며 거의 밥 한 끼를 먹는 모습을 연출한다. 산오징어를 회로 썰어서 몸통 부분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차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시장에서 사온 반찬을 먹어보더니 이건 밥과 먹어야 한다며 밥 한 공기를 가져다 뚝딱 해치운다. 제작진으로서는 너무 과한 애피타이저라 “이제 그만 먹으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강호동은 총각김치가 서운하다며 끝내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우리에게 거의 한 끼나 다름없는 양이지만, 굳이 애피타이저라 우기며 밥 한 공기를 먹고 난 강호동은 이제 본격적인 오징어라면 끓이기에 들어간다. 오징어 다섯 마리를 미리 살짝 삶은 뒤 끓고 있는 라면 두 봉에 통으로 썰어서 집어넣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오징어 다섯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라면 두 봉지를 마치 흡입하듯 먹어버린 강호동은 국물이 너무 깨끗하다며 굳이 밥 한 공기를 말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결국 혼자서 4인분 이상을 해치운 것.



<라끼남>은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재료들을 넣어 끓여먹는 프로그램이지만,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라면을 먹기 위해 지리산까지 오르고 배를 타는 것도 그렇지만, 라면 하나에 오징어 다섯 마리를 통으로 넣고 끓여먹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런 본말이 전도된 라면 끓이기도 잘 생각해보면 역발상 먹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갖가지 국물이 있는 요리를 먹은 후 때때로 라면을 거기에 넣어 끓여먹곤 한다. 거기서 라면은 메인 요리의 조연 정도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라끼남>은 라면이 주인공이고 오징어는 조연이다. 이렇게 뒤집어놓은 것 하나만으로도 먹방이 새롭게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같은 것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라끼남>은 잘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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