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음원 사재기 논란, 그런데 바이럴 마케팅은 괜찮은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정말 해묵은 논란의 연속이지만 명쾌한 해법이나 진상은 나오지 않았던 게 이른바 음원 사재기 논란이다. 이미 2017년 닐로의 ‘지나오다’가 갑자기 음원 차트에 진입해 대형기획사 아이돌들을 줄줄이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먼저 분노한 건 아이돌 팬덤이었다. 음원이 나오면 이른바 ‘총공(총공격)’을 통해 아이돌의 음원을 차트 줄 세우기하곤 하던 팬덤은 자신들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가수가 순식간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밀어내고 차트 1위에 오른 사실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나온 이야기가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다. 입소문 마케팅으로 통하는 이 방식은 SNS를 통해 관련 음원에 대한 반응을 올리는 방식의 마케팅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기획사와 가수는 이를 통해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져 그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닐로 측이 나서서 문체부에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결과는 “사재기 행위라 결론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안은 지난해 11월 가수 박경이 바이브, 송하예, 장덕철, 임재현, 전상근, 황인욱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지적된 해당 가수들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고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지적된 가수들의 소속사측은 “노력의 결과”를 사재기로 몰아넣은 것에 허탈해했고 그것이 일종의 ‘선동’이며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이런 해명들로 문제가 끝났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재기 논란과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라 불리는 방식의 실체를 취재 보도했다. 놀라웠던 건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음원 차트 순위에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가수와 기획사가 적지 않았고 거기에는 타이거JK 같은 톱 가수에게도 제안이 왔었다는 사실이다. 1억을 주면 차트 순위를 올려주겠다고 한 제안을 타이거JK는 거절했고 이 내용을 랩 가사에 담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건가요/이런 건가요/그대 정말 1억인가요’라고.



타이거JK가 더욱 놀란 건 이른바 ‘밀어내기’ 수법이었다. 누군가 차트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면 그와 비슷한 곡을 두세 개 찍어 같이 순위를 올리는 작업을 한다는 것. 그러면 그 상위권에 있는 음원의 순위는 밀어내듯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순위 위로 올리는 일도 그렇지만 떨어뜨리는 일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홍보대행업체들은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을 내세웠다. 그러니 해당 가수들이나 소속사측이 문제가 터진다고 해도 대행업체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단지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차트 순위가 급등하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거기에는 이른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재기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결국 바이럴 마케팅은 하나의 포장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된 후 사재기 의혹으로 지목된 해당 기획사들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며 깊은 유감과 함께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브의 윤민수는 재차 SNS를 통해 반박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민수는 자신 역시 사재기는 근절돼야 한다 생각해왔다며 확실한 증거자료 없이 던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문제제기에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바이브는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내용들은 바이럴 마케팅과 사재기가 여러 단계를 거쳐 조직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브로커들도 존재하고 겉으로는 홍보대행사지만 그들이 실제 순위를 올리기 위해 매크로를 활용한 사재기를 하는 또 다른 이들을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단계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



그런데 사재기가 아니라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면 과연 괜찮은 걸까. 물론 음원이 나오면 홍보마케팅을 하는 건 정당한 일이고, 지금처럼 SNS가 중요한 창구가 되는 시대에 그것을 통한 홍보마케팅을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정상적인 입소문을 내기 위한 마케팅만으로 과연 차트 순위가 순식간에 오른다는 걸 믿을 수가 있을까.

만일 실제로 바이럴 마케팅으로 차트가 이렇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면 그건 차트가 가진 공신력이 믿을 수 없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물론 음원사이트는 수익이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방치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공신력을 떨어뜨려 부메랑처럼 해당 사이트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범죄지만,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좌지우지되는 차트 또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물론 심지어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비정상적인 유혹 앞에 굴복하는 일 자체도 사라져야하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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