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연돈의 홍보방송인가 휴먼 다큐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건국 이래 이런 프로모션은 없었다. 포방터의 돈가스집 ‘연돈’이 제주도로 이전하게 된 사연부터 새로운 가게를 준비하고 첫 영업을 하기까지 두 자릿수 시청률의 지상파 예능에서 그 과정을 4주간 보여줬다. 특히 지난 8일 방송의 경우 한 회 내내 오픈 날 이모저모,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담았다. 마치 KBS2의 <다큐3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백종원을 비롯해 출연진, 스텝진, 날을 새면서 줄을 서고 있는 손님들까지 모두 더욱 새로워진 제주도 돈가스를 오매불망 기다렸고 시식 후 기대는 환호로 이어졌다.

여느 때보다 흥분한 백종원은 먹기도 전에 큰 기대감을 표출하고 밤새워 기다린 손님들에게 달라진 부분과 즐기는 포인트에 대해 신이 나서 설명하는가 하면, 빵가루부터 흑돼지 육질, 기름 배합 등등 하나부터 끝까지 극찬에 극찬을 거듭했다. 안 그래도 줄이 길어 못 먹는다고 아우성인데, 백종원의 표정과 감탄사는 돈가스를 튀겨내는 기름통의 온도만큼이나 화면 안팎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게다가 장모님까지 밤을 지내며 밖에 줄을 서 있었다니 그 어떤 말보다 더 와 닿는 완벽한 찬사다.



그런데 만약 일반 자영업자나 연예인의 식당이 이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그것도 출연자가 투자한 가게를 이렇게 대놓고 오픈과정부터 세세히 보여주면서 극찬에 극찬을 이어갔다면? 틀림없이 전파의 사유화라며 엄청난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을 것이다. 백종원이 장모님도 모시지 못할 정도로 특혜가 없고 월세 이외에는 대가 없는 투자자라고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가 자신 회사 건물에 자리를 내주고 인테리어는 물론 집기, 주방 설비까지 마련하고 더본의 조리복까지 입혔다. 더본 소속으로 들어온 것도, 프랜차이즈 사업 준비하는 것도 아니라는 해명의 기회도 방송을 통해 마련했다. 그렇게 포방터 돈가스집은 이전 이유와 과정, 예약관련 잡음이나 루머에 대한 해명까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말을 전할 기회를 가진 우리나라 유일한 식당이다.

하지만 여론의 양상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포방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제주도에 자리 잡는 과정을 담은 <골목식당> 겨울특집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지난 4주간 시청률은 평균 5%에서 10%대를 훌쩍 돌파하며 포방터 전성기 시절의 전고점을 넘어섰다. 주방과 매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지만 질을 보장하고자 매출에 욕심을 내는 대신 100인 한정 수량을 고수하는 사장님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거제도로 긴급점검을 나가 만난 좁은 시야를 가진 다른 사장님들과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불과 1년 만에 초심을 잃고 거만해지고, 변명하기 급급한 몇몇 인물을 다시 보면서 연돈 사장님이 받고 있는 혜택에 당위가 실리고 마땅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응원하게 된다.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의 차이.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오는 보상. 귀인을 만나는 기회를 누가 어떻게 움켜지는지 포방터 돈가스집의 성공 스토리는 단순히 돈가스의 맛뿐 아니라, 성공(노력의 보답)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입맛을 자극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세상의 원칙을 확인하는 장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한 식당의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아니라 재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연초, 기대감이 가득한 시기에 귀인을 만나 대운의 기회를 마련하고, 그간의 노력의 결실을 얻는 사주팔자 풀이 같은 이야기에 느끼는 대리만족은 지금 제주도발 돈가스 열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겨울 특집을 통해 <골목식당>은 요식업 솔루션 프로그램이란 본디 기획 의도에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갔다. 재작년 포방터 시장 편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미운오리 새끼가 백조로 다시 태어나는 성장 서사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이번 겨울 특집은 유혹에 약하고 올챙이 시절은 쉽게 잊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에 관한 휴먼 다큐이자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마인드에 관한 원포인트 레슨이었다. 여러 인간 군상을 들여다본 다음 변치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다보면 노력하는 자에게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흔한 삶의 교훈을 남겼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오늘날,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청교도 교리와 같은 성공 신화가 다소 진부하더라도 가장 공정하고 보편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포방터 돈가스집은 늘 백종원의 기대보다 한발 더 앞서갔다. 항상 감탄하게 했다.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변치 않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기회를 포착하는 동아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장인정신이 깃든 돈가스에 대한 궁금함과 더불어 그들의 더 나은 앞날을 응원하는 것은 트집 잡을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입하기가 매우 쉽다. 작년 연말부터 <골목식당>이 이토록 노골적인 홍보방송을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오히려 시청률이 2배나 뛰어오른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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