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시간대 변경이 불러온 효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3회는 시청률 17.2%(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시간대를 10시에서 9시 40분으로 옮겼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시즌1에 이어 그 최고 위치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월화드라마의 특성상 월요일은 조금 낮지만 화요일에 다시 반등한다고 봤을 때 4회 시청률은 좀 더 오를 것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SBS 월화드라마의 시간대 변경은 적어도 <낭만닥터 김사부2>의 경우 성공적이라고 여겨진다.

그 직격탄은 같은 시간대인 9시 30분에 시작하는 tvN과 JTBC 월화드라마가 고스란히 맞게 됐다.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4.3%로 떨어졌고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역시 3.2%로 떨어졌다. 물론 <검사내전>은 지속적으로 조금씩 시청률 하락이 있어왔지만 <블랙독>의 경우 지난 주 5.0%를 기록하며 반등했던 시청률이 4.3%까지 떨어진 거라 SBS 월화드라마 편성시간 변경과 인기 높은 <김사부2>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드라마가 가진 경쟁력으로 보면 세 작품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즌1의 성공이 그랬던 것처럼 현실 문제를 의학드라마의 틀로 가져와 ‘낭만적 판타지’로 그려내는 것으로 파괴력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1의 시작이 ‘불평등의 시대’를 화두로 가져왔던 것처럼 시즌2 3회는 ‘혐오의 시대’를 가져와 그 문제들을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블랙독>은 최근 들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교육문제’를 소재로 가져와 특히 기간제 교사의 시점에서 그려냄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가 이 드라마가 주는 몰입감의 실체다. <검사내전>은 우리가 그간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슈퍼히어로거나 적폐로 그려졌던 검사와는 완전히 다른 보통 검사들의 일상을 담았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검사들의 면면이 매력적으로 담겨지고 있다.



이처럼 저마다의 매력이 뚜렷한 드라마들이지만 SBS가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9시 40분으로 옮기면서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물론 지금의 시청 패턴은 본방보다는 OTT 등을 통한 ‘선택적 시청’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본방 경쟁이 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손익도 여전한 상황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방송사들과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경쟁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건 SBS 월화드라마의 편성 시간대 변경으로 인해 이제 지상파 드라마들이 10시에 경쟁하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tvN과 JTBC가 9시 반 시간대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온 상황이고, 그래서 MBC는 9시 드라마라는 파격 편성을 시도했다. 여기서 SBS가 9시 40분 편성을 하게 됨으로써 이제 제각각의 편성 시간대로 나뉘어지게 된 것.



대신 SBS, tvN, JTBC의 새로운 3파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변화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지상파의 전체적인 하락 속에서 상업방송을 구가했던 SBS는 슬쩍 빠져나와 tvN과 JTBC와의 경쟁구도로 체제를 바꾸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최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더 빨라진 귀가시간에 맞춘 시간대의 전면적 이동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든 드라마 시청자들로서는 이제 9시 40분 언저리에 어떤 드라마를 선택해 봐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갖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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