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사’, 돌싱들의 연애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제목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중년 연애 예능이다. 우리란 박영선, 박은혜, 박연수, 김경란, 호란 등 이혼을 경험한 여성 연예인들이다. 이들은 연예인이란 직종과 이혼이란 경험을 공통분모 삼아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그 아픔을 꺼내고 공유하면서 서로 위로가 되어준다. 다시 사랑은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언니들의 라이프 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기획의도에 따라 출연자들의 처지와 일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과 만남을 관찰예능의 방식으로 풀어간다. 끝으로 의문형 문장은 ‘뭘 좀 아는 언니들, 다시 돌아온 언니들의 발칙한 이야기’라는 설명처럼 나름 인생의 굴곡을 겪어본 여성들이 용기 내 결혼에 한번 실패했지만 다시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방송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다.

초기에는 성북동에 마련한 일명 ‘우다사 하우스’에 돌아온 싱글 여성들이 모여 1박2일간 지내면서 일상도 공유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합숙 설정이었다. 그러나 함께 만드는 볼거리는 김장과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줄어들었다. 대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박은혜와 박연수의 싱글맘 일상과 새 출발을 다부지게 준비하는 김경란의 달라진 면모 등 각자의 라이프와 현재 고민을 담아온 VCR이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 기타리스트 이준혁과 호란의 연애가 시작되고 봉영식 교수와 박영선의 썸 등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두 커플의 연애가 본격 전개되면서 준비된 화면을 보면서 토크를 나누는 일반적인 형태의 관찰예능의 꼴로 전환됐다.



가족과 일상을 주로 다루는 관찰예능에 이혼 코드를 꺼내든 것이 자극처럼 느껴지긴 하다. 에피소드 제목도 그녀들의 속사정, 연수의 떨리는 첫 경험, 이혼 후의 사랑, 은밀한 연애 판타지, 그녀들은 남자가 필요해, 이혼녀가 남자를 만날 때, 그와 그녀의 거리 10cm 등등 특정 영화 장르를 연상하게 하는 식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제목만 그럴 뿐 기대하는 것 같은 19금 방송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간 많이 봐왔던 연애예능의 테두리 안에서 연령대를 조금 높인 버전인데, 여기에 실패를 경험한 아픔을 딛고서 그럼에도 다시 연애 세포가 활성화되길 원하는 갈망이 추가됐다.

그래서 크게 낯설지 않다. 실제로 중년의 썸과 연애를 다룬 예능이 없던 것도 아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우다사>와 달리 가상 결혼이란 설정을 내세우긴 했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JTBC에서 사별, 이혼 등을 겪은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중년의 연애 감정을 다룬 <님과 함께> 시리즈가 크게 히트한 바 있다. 안문숙 ·김범수 커플이나 윤정수 ·김숙 커플 등은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노골적인 연애예능은 아니지만 중년의 설렘과 썸이란 키워드로 보자면 <불타는 청춘>과 같은 인기 장수 예능도 있다.



다만, <우다사>는 연애 이야기만큼이나 많이 나누는 이야기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선택인 이혼과 결혼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산전수전 겪어보고 이혼 이후의 사랑을 다루는 중년의 소개팅, 썸, 연애다 보니 감정이입의 요소가 보다 현실적이다. 아이에게 맞춰지는 선택의 기준이나 부모님에 대한 생각, 주변의 시선, 홀로 하는 육아의 부족함 등 충분히 아파하고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서로서로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다른 이의 생각과 처지를 살펴보며 이른바 공감의 치유가 작동한다. 이른바 ‘돌싱’만을 타깃으로 했다면 모르겠지만 연령이 높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자와 어리고 풋풋한 여성을 주로 매칭하는 <연애의 맛>이나 20대 선남선녀의 애정을 그리는 일반적인 연애예능과 달리 판타지의 요소가 그래서 조금 부족하다.

대신 연륜에서 나오는 연애 이야기들은 단순히 남녀론으로 흐르지 않고 더 나은 연애를 위한 조건이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가령 봉영식 교수와 제주도로 1박2일 여행을 떠난 박영선은 ‘무엇을’에 대한 고민이나 공감 없이 남자들이 상황 모면을 위해 ‘어쨌든 미안해’라는 말이 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보여준다. 생애 최초로 소개팅에 나선 박연수는 몇 번의 데이트를 끝에 아이들과의 관계 등등을 고민하다 마무리 짓기도 한다. 이처럼 <우다사>는 성적인 부분을 부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중년의 연애의 설렘과 고민이 대중적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한 번 더 보여줬다.



그래서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축복하는 것도 좋지만, 최근 방송 내용이 데이트 예능으로 흐르는 경향은 일반적인 연애예능의 문법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은 박영선 커플에 이어 호란 커플도 제주도 여행을 떠나면서 로맨틱한 남자들이 방송을 이끌고 있다. 색다른 포지셔닝으로 출발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줄어들고 데이트가 주가 되면서 볼거리는 <연애의 맛> 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감정이입의 요소나 판타지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더 기획 초기로 돌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애초에 각오한 만큼의 진정성이 정체성을 살리는 길이고 특이점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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