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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웃음에만 집착하는 복고 예능들,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 :[ 2020-01-23 13:37 ]


부활 꿈꾸는 리얼 버라이어티, 철저한 고증과 복원보다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해 tvN를 중심으로 쇼버라이어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도전이 있었다.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의 작은 성공 덕분인지 tvN은 <뭐든지 프렌즈>, <호구들의 감빵생활>, <플레이어>를 연이어 내놓았고, SBS의 <미추리>, JTBC의 <찰떡콤비> 등등 쇼 버라이어티 계열의 복고 코드가 담긴 예능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명맥이 끊겼던 1인 토크쇼도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초 시작한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 이어 MBC에서는 방송인 배철수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진부함 속에 쓸쓸하게 종영한 <마리텔V2> 후속으로 편성키로 했다.

그러더니 연말부터는 여기저기서 정통 리얼 버라이어티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스타트는 근성 있게 레트로 예능을 내미는 tvN에서 끊었다. 쫄쫄이를 입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돈키호테>와 클래식 <1박2일>을 표방한 <신서유기7>을 시작으로 새로운 무드가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초에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멤버들로 인해 급작스레 종영을 맞이한 <1박2일>이 모든 걸 다 바꾸고 시즌4로 돌아왔고, 올해 1월 초 MBN에서는 <1박2일> 시즌3 멤버를 주축으로 하는 <1박2일> 스타일의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 <친한 예능>이 시작됐다.



채널과 제목은 다르지만 <신서유기7>이 <1박2일> 시즌1의 외전이라면 <친한 예능>은 시즌3의 외전 격이다. 최수종, 김준호, 데프콘, 이용진, 샘 해밍턴, 샘 오취리, 브루노, 로빈 등이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우리나라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하나 된 마음으로 치열하게 대결한다고 한다. <1박2일> 출신 제작진과 출연진 면면이나 가장 큰 형 자리에 배우를 섭외하는 구성이나 나이별로 팀을 나누는 대결 진행방식도 그렇고 샘 오취리, 샘 해밍턴, 동시간대 <불타는 청춘>을 통해 복귀한 브루노 등등 예능선수들이 활약하는 전형적인 리얼 버라이어티다.

설 연휴 첫 선을 보일 예정인 MBC의 일요예능 <끼리끼리>도 준비 중에 있다. 10명의 출연자가 펼치는 국내 최초 성향 존중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데 선뜻 이해가 어렵다. 타고난 성향대로 뭉친 10인의 출연자들은 같은 상황에서 다른 행동으로 반응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 색다른 재미와 공감을 선사한다는 설명을 들으면 관찰 예능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제작 발표회에서 나온 이야기 중, <무한도전>과의 비교나 ‘야외 버라이어티’, ‘몸 쓰는 예능’이란 키워드, ‘10인을 모아 관찰하는 성장기’라는 제작진의 포부를 보면 그때 그 시절,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성장 서사를 이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방영 전인 <끼리끼리>를 제외하고 돌아온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돈키호테>는 철저한 외면 속에 종영했고, <신서유기7>의 경우 시청률은 좋았으나 모든 시리즈 통틀어 가장 식상했고 평도 대체로 안 좋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재미는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모여서 벌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전개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캐릭터 플레이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걸 새롭게 단장하고 나타난 <1박2일> 시즌4의 경우 매우 큰 환대를 받고 시작했지만 1회 시청률 15%에서 7회가 방송된 현재는 11%대로 점진적 하락세다. 기존의 전통에 선한 예능이란 코드를 얹었지만 반가움을 지속시킬 새로운 볼거리는 별달리 보이지 않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2007년을 기점으로 대두되어 2013년 나영석 사단이 <꽃보다 할배>를 내놓기 전까지 예능의 패권을 쥐고 있었다. 주로 남성으로만 구성된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한 예능 선수들의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면서, 한 회 한 회는 게임과 대결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간의 이합집산과 이전투구가 이뤄지는데, 이를 캐미스트리라 하며 멀리서 지켜보면 그런 장면과 과정이 모여 성장 서사를 이룬다. 문제는 그 성장 과정에서는 캐릭터쇼의 합에서 에너지가 넘치는데 어느 정도 이르러 완만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이 에너지는 대폭 감소하고 좀처럼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이런 부침을 계속해 겪다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는 이른바 로망과 일상성을 추구하는 다음 세대 예능에게 밀려났다.



그럼에도 오늘날 돌아온 리얼 버라이어티는 예전과 똑같이 예능의 제1덕목은 웃음이라며 원초적 웃음 사냥만을 목표로 한다. 안 그래도 익숙하고 의미 없는 게임을 지난 수년간 봤던 똑같은 캐릭터플레이로 풀어낸다. 하지만 오늘날 예능에서 재미란 정서적 가치와 유용한 정보 또한 재미에 포함되는 중요한 요소다. 재미가 곧 웃음이던 시절의 과거를 답습하려 노력하지만 통하지 않는 이유다.

패션계에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격언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과거로 돌아가던 관성의 긍정적인 표현이다. 늘 새로운 변혁, 무드가 펼쳐진 다음에는 프레피룩과 같은 클래식한 유행이 돌아오곤 했다. 최근 예능계의 흐름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10여년 가까이 관찰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그 다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 말이다. 그래서 유물 취급받던 예능 포맷이 다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과 복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새로운 볼거리 창출의 노력과 함께 관찰예능 시대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재미와 과거의 영광 사이의 조율이 필수적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MBN,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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