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복수극이지만 청춘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그 친구는 또라이인가 싶으면서 바른생활 사나이였고 3년 간 친구 하나 없었지만 이상하게 외로워보이지는 않았어요.”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박새로이(박서준)를 짝사랑하는 한 여학생의 목소리를 빌려 그렇게 설명한다. 또라이처럼 보이지만 바른생활 사나이이고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외롭지 않다는 그 설명에는 박새로이가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 따위에는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청춘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 소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장대희 회장(유재명) 아들이라고 반 친구를 괴롭히고, 선생님조차 그걸 보고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참지 않았던 그 소신으로 인해 박새로이는 전학 간 그 날 퇴학당하고, 공교롭게도 그 회장 밑에서 일하던 아버지 박성열(손현주)은 그 일 때문에 퇴사하게 된다. 무마하는 대가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장회장의 요구에 소신 있게 박새로이는 거부하고 그 아버지 역시 소신을 지킨 아들에게 “멋지다”고 말해줬던 것.



같은 날 소신을 꺾지 않은 대가로 아버지와 아들이 퇴사와 퇴학을 당하는 현실은 이 드라마가 저격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그 지점은 돈이 있다는 이유로 그 권력의 힘에 의해 부당한 일들도 당연하다는 듯 휘두르는 현실이고 그런 현실 속에서 그럭저럭 고개 숙이고 살아가는 비굴한 삶이다. 박새로이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소신을 지켜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 삶이 쉬울 리 없다. 아버지가 장회장의 아들 장근원(안보현)의 차에 치여 사망하자 박새로이는 결국 사고를 친다.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아버지와 함께 뜻하는 대로 소박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이지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박새로이라는 인물에게서 가진 것 없다는 이유로 갑질 당하는 우리네 현실이 투영된다.



원작 웹툰이 워낙 큰 인기를 끈 작품이라 과연 드라마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첫 방은 그런 우려를 단박에 지워냈다. 원작 캐릭터들이 실사로 나온 듯한 싱크로율과 웹툰의 다소 극화된 이야기를 드라마적 개연성으로 적절히 끌어와 몰입도를 높인 부분들이 충분히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박새로이가 장회장과 그 아들이 경영하는 장가라는 회사와 대결하고 그걸 엎어버리는 복수극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지만, 이런 틀보다 중요한 건 여기 등장하는 박새로이나 조이서(김다미), 오수아(권나라) 같은 청춘들의 면면이다.



장대희 같은 인물이나 그가 있는 장가 같은 회사의 수직적인 구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는 청산해야 할 적폐 같은 과거의 유물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여기에 박새로이가 말하는 소신 있는 삶은 지금의 청춘들이 꿈꾸는 삶이다. 대단한 걸 욕망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그 소신. 첫 장면에 등장해 상담을 봐주는 이에게 세상이 건네는 위로 따위보다 “죽어버려”라고 말하는 박새로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조이서라는 청춘 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이 투영되어 있다.

박새로이라는 인물이 하필이면 이태원에서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갖게 된다는 이 드라마의 설정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태원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 아닌가. 드라마는 그래서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저마다의 소신에 따른 ‘다양한 삶’을 표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곳에서 박새로이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청춘들이 어떻게 과거적 유물이자 적폐인 장가라는 장대희가 이끄는 회사와 대결할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새로이라는 청춘 캐릭터에 박서준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는 것 같다.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청춘의 초상 같은 캐릭터를 줄곧 연기해온 박서준이 아닌가. 대표적으로 박서준이 출연했던 드라마 <쌈, 마이웨이> 같은 작품은 <이태원 클라쓰>와 그 결이 맞닿는 작품이기도 하다. 쌈마이라도 마이웨이를 가겠다던 고동만이란 청춘을 연기한 박서준은 이제 이태원에서 ‘클라쓰’가 다른 청춘의 맛을 선보이려 한다. 벌써부터 또 다른 인생 캐릭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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