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매 4인방부터 양경원·김영민까지, ‘사랑의 불시착’ 명품 조연들

[엔티미디어=정덕현] 진짜 북한 사람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슬쩍 슬쩍 들 정도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그렇다. 어떻게 저렇게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북한 아지매들인 마영애(김정난), 나월숙(김선영), 현명순(장소연), 양옥금(차청화)은 이른바 ‘사택마을 주부4인방’으로 불린다. 북한 말투와 억양을 섞은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들 4인방이 만들어내는 힘은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이 드라마는 북한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가져오고 있다. 그런데 몇몇 자료 화면이나 북한의 정경을 만들어내기 위한 세트들을 빼고 나면 그 곳을 북한이라고 믿게끔 하는 장치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자리에 주부4인방이 걸어 다니며 사투리를 섞어 나누는 대화들은 금세 그 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해준다.

물론 그 사투리나 억양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케미가 북한의 정조를 담아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연출해내고 있는 코미디적 상황들을 200% 연기해내는 이 배우들은 그 웃음을 통해 그것이 완전한 리얼리티라기보다는 하나의 상황극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현실감을 주는 리얼리티와 거기서 살짝 비껴나는 코미디적 웃음의 조화가 바로 그 지점에서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의 불시착>이 발견해낸 배우들은 리무혁(현빈)의 부대원인 표치수 역할을 연기하는 양경원과 조철강(오만석)의 명에 의해 도청을 하다 결국 리무혁에게 사실을 고백한 정만복 역할의 김영민이 아닐까 싶다. 즉 주부 4인방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서단(서지혜)의 엄마 고명은 역할의 장혜진 또 서단의 외삼촌 고명석 역할의 박명훈은 이미 연기력으로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들이다. 따라서 이 작품 이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던 양경원과 김영민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면이 있다.

양경원과 김영민이 연기하는 북한 인물들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들의 독특한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 떨어졌지만 여전히 허세를 부리는 윤세리(손예진) 앞에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북한군으로서의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표치수라는 캐릭터는 양경원이라는 배우의 능청맞은 연기로 생생히 살아났다.



김영민은 <베토벤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나의 아저씨> 등에서 이미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연기를 해온 배우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 연기의 진가가 더 돋보이고 있다. 그는 물론 웃음을 주는 캐릭터지만 그 웃음이 진지한 연기를 통해 전해진다는 건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깊이를 실감하게 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청을 하면서 리무혁의 형이 살해당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도청을 통해 절절한 리무혁과 윤세리의 사랑에 빠져드는 대목은 큰 웃음을 주었다. 비극과 희극을 모두 선사하는 인물이지만 그 연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다는 건 김영민의 연기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남한을 배경으로 윤세리를 위협하는 조철강과 이를 막으려는 리무혁의 이야기가 액션과 멜로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자꾸만 남한으로 내려오게 된 정만복과 부대원 4인방의 좌충우돌 남한 적응기에 눈이 간다. 그들이 어서 윤세리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좋은 작품은 좋은 캐릭터와 배우들을 남긴다고 했던가. <사랑의 불시착>은 명불허전 배우들의 명연기와 더불어 양경원이나 김영민 같은 배우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비극보다 더 어려운 연기로 희극을 말하지만, 이들은 그 캐릭터가 가진 비극적 정조를 진지하게 연기하면서도 그 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의 페이소스를 담아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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