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받은 ‘블랙독’, 그래서 더 마무리가 어렵다는 건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이 종영까지 3, 4일 방송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블랙독>은 서현진(고하늘 역)이 서울 강남의 사립 대치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겪게 되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기간제는 연단위로, 혹은 그보다 더 단기로도 계약 체결을 성공해야 교단에 설 수 있는 불확실한 신분.

그 때문에 더욱 고군분투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스토리이자 동시에 그런 처지에서도 꿈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한 젊은이의 생존기이다. 기존 드라마들이 대개 학생 입장에서 학교를 다뤄왔던 반면 <블랙독>은 종사자인 교사 관점에서 교내 일상다반사를 생생하게 묘사,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교사들을 보는 듯 교무실 전체에 풍성한 현실감을 만들어낸 최적의 배우 캐스팅도 작품의 리얼리티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고하늘의 낙하산 취업 오해를 비롯, 주요 갈등이 반복해서 등장인물의 ‘우연한’ 엿듣기로 간단하게 해소된 점은 사실감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



리얼리티에 무게를 둔 드라마는 어떻게 마무리돼도 시청자를 만족시키기가 판타지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 판타지 드라마는 떡밥 회수 잘 해서 완결성을 높이고 적당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 대개 원만한 종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적인 드라마는 서투른 해피엔딩으로 마치면 냉혹하고 어두운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했다고 비난이 제기된다. 새드엔딩이나 열린 결말도 순조롭게 지나가기 쉽지 않다. 그래도 대중 드라마인데 이런 정리는 불편하다며 불만이 뒤따른다. 과연 <블랙독>은 4일 엔딩 크레디트가 마지막으로 화면에 흐를 때 어떤 반응을 남기게 될까.

<블랙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교사로서 고하늘의 성장이다. 종영에서나 결판날 듯했던, 고하늘의 대치고 정규직 교사 채용 여부가 최종화를 4회나 남기고 탈락으로 결정된 것은, 그리고 대치고에 6년이나 기간제로 있던 지해원(유민규 분) 선생까지 동반 탈락된 것은 둘 모두 정규직 임용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에게 충격이었다.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해피엔딩이 이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님을 명확하게 선포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남은 4회 방송분은 1년 기간제 계약이 연장된 동안 고하늘이 선생님으로 여전히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모습들로 채워진다.

고하늘은 드라마 초반부에는 기간제에 존재하는 차별을 보면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피 업무들을 열심히 맡아 잘 해내려 노력했고 거기에 실력까지 최고로 갖추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면서도 부당한 일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기도 했다.

그러다 첫 성장은 관계에서 왔다. 직장 생활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혼자 올바르고 잘 해내면 그만이 아니라 이를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도 함께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그래서 고하늘은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도 알게 되고 ‘지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줄 아는 성숙함을 갖추게 된다.



가장 중요한 성장은 두 번째로 왔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일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생활기록부를 잘 써주길 바라며 계산적으로 다가온 아이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으로 사제의 애정을 갖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왜 자신이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대치고 정규직 채용 면접에서 교사를 하려는 이유를 면접관이 묻자 ‘학생들이 예쁩니다’라고 답하고, 결국 정규직 교사가 되는데 실패하지만 그래도 기간제로 1년 더 대치고 교사 생활에 지원해 아이들과 계속 함께 하고자 한다. 기간제 2년 차 시작과 함께 고하늘은 또 다시 성장한다. 일부 학생들이 성적 우수생들 중심의 심화반은 차별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이 남의 일인 학생이 자퇴하는 일을 겪으면서 자신이 ‘모든’ 학생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지 못했음을 각성한다.



결국 정교사가 되는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입시 실적에는 불리한 보통 학생 반을 자청해 맡으면서 모두의 선생님이 되는 길을 택한다. 고하늘은 직업윤리에 근거한 일의 이유를 찾았고 좋은 선생님으로 계속 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화반보다 ‘보통 학생’ 선택으로 정규직 교사 임용을 위한 성과 챙기기 극대화를 포기했다.

<블랙독>은 어떤 마무리를 맞이할까. 누구에게나 명확한 일의 이유를 찾는 것은 해피한 일이다. 생계유지에 급급하지 않고 일에서 자아실현과 행복 추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교사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잘 찾은 일의 이유를 실현할 터전 자체가 불안하고 없어질 수도 있다. 새드하다.



그렇다고 일의 이유인 올바른 선생님이 되면서 정교사로도 선발되는 순도 100% 해피엔딩이 벌어진다면 실제의 어두운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열린 결말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리얼리티 드라마의 마무리는 그래서 늘 어렵다. 결국 해피와 새드가 길항하는 사이 그 어딘가에서 최대 수긍 지점이 엔딩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해피한 새드엔딩이자 새드한 해피엔딩이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지점을 <블랙독>도 찾아 현실에 발을 딛고 잘 달려온 작품 전체가 오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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