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잘 만든 맛집 드라마인데도 ‘블랙독’에 밀린다는 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곳곳에 재미가 숨어 있는 맛집 드라마다. 물론 지방도시 진영지청에 근무하는 검사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정치드라마나 재벌드라마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소소한 삶과 애환을 다루는 오피스 드라마다. 단, 주인공들이 검사이기에 그들의 삶이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는 스펙터클하다.

<검사내전>은 기본적으로 조민호(이성재) 팀장의 형사2팀 팀원들을 배경으로 도박꾼, 사기꾼, 잡범들을 잡아들이고 조사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직장 동료끼리의 감정다툼, 지역 연고세력들의 문제, 여성 직장인의 고충 등 많은 화두를 던진다. 또 물과 불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차명주(정려원) 검사와 이선웅(이선균) 검사의 대립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과연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직관 사이에 무엇이 맞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은근히 골 아플 것 같지만 놀랍게도 <검사내전>의 기본은 시트콤에 가깝다.



<검사내전>은 그 수많은 무거운 소재들을 자연스러운 유며 안에 녹이는 방법을 취하는 데 성공한 흔치 않은 드라마다. 물론 <검사내전>은 가끔씩 산 도박 에피소드나 게임 아이템 직거래처럼 대놓고 유머코드를 노릴 때도 있다. 당연히 작가진의 센스 있는 유머감각은 이런 에피소드에서 완벽하게 반짝반짝 빛난다.

<검사내전>은 실제로도 맛집 기행을 하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기도하다. 산해진미나 화려하기만 한 디저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종영한 JTBC 드라마 <초콜릿>처럼 과하게 음식 만드는 장면에 공을 들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입맛이 돈다. 가상의 도시 진영은 실제 통영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점심식사나 회식 장면 속 싱싱한 해산물이나 현지의 요리들은 군침 돌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검사내전> 여러 모로 맛집 드라마지만 크게 입소문이 난 드라마는 아니다. 몇몇 드라마들은 소문난 드라마에 먹을 것 없는 내용도 사실 많다. 하지만 은근히 내용 꽉 찬 <검사내전>은 그에 비해 대중적인 사랑은 못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비슷한 시간대의 경쟁작이 만만치 않다. 어떤 드라마라도 배우 한석규의 <낭만닥터 시즌2>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석규와 의사의 조합만으로 최소 중박 이상은 치기 때문이다.

경쟁작 tvN <블랙독>이 <검사내전>과 비슷하면서도 은근히 깊이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검사내전>이 검사의 일상을 다룬다면 <블랙독>은 교사의 일상은 물론 감정의 그늘까지 다룬다. <검사내전>이 가볍게 감각을 자극하는 톡톡캔디 같다면 <블랙독>은 자꾸만 생각을 굴리게 되는 커다란 눈깔사탕 같다. 언뜻 부담 없이 보기에 좋은 <검사내전>에 더 끌릴 것 같지만 <블랙독>이 주는 무겁고 진중하면서도 울림 있는 매력에 빠지면 이쪽으로 더 기울 수밖에 없다. 평범한 검사들의 유쾌한 유머도 좋다. 하지만 내 친구 혹은 나와 비슷한 교사들의 가슴 아프면서도 따스한 이야기 쪽에 더 손길이 가는 것이다.



또 하나 검사라는 직업 자체가 대중적으로 그리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검사내전>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일 듯하다. 그 이야기가 어떻든 검사들이 주인공이라면 뭔가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스스로 너무 다르다고 자부하는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다.

<검사내전>은 일반적인 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아주 좋은 드라마다. 검사가 싫다면, <검사내전>을 보라. 그러면 검사들이 귀여워진다. 그리고 우리가 욕하는 몇몇 검사들이 나쁜 놈일뿐, 평범한 검사들은 개고생하는 직장인이구나 싶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사를 응원해’ 같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다. <블랙독>을 볼 때는 부장교사부터 기간제 교사, 그리고 입시에 지친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검사내전>보다 <블랙독>에 마음이 기우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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