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진가 보여준 ‘미스터트롯’, 패밀리가 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인생 전체를 담아낸 뮤지컬 한 편을 보는 것만 같았다.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 이어진 노래 한 곡 한 곡이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을 담았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 기부금 팀미션으로 김호중이 이찬원, 고재근, 정동원과 함께 꾸린 팀 ‘패밀리가 떴다’는 그 날 무대의 주제를 ‘청춘’으로 잡았다. 10대의 정동원, 20대 이찬원, 30대 김호중과 40대 고재근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갖춘 이들은 고민 끝에 정동원이 낸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무대를 구성했다.

이 날 무대가 보다 특별하게 다가온 건 정동원이 조부상을 당하는 비보가 공연 전 보여졌기 때문이다. 정동원은 <미스터트롯>에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TV에 나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라고 한 바 있다. 이제 열세 살에 빈소를 지키고 있는 정동원을 위로해주기 위해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조문을 했다. 먼저 찾아온 ‘패밀리가 떴다’팀은 물론이고 다른 출연자들도 무려 6시간을 달려 하동에 있는 빈소를 찾았다.



뭉클했던 건 이들이 정동원과 나누는 대화 속에 담겨진 따뜻함이었다. 슬프지 않냐고 묻는 남승민에게 슬픈 데 참고 있다는 정동원은 울면 할아버지가 더 안 좋아한다고 말했고, 장민호와 영탁은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보다 백 배는 응원해주실 거라며 이번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해주었다. 장민호는 동원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촌들이 엄청 응원할게 동원이. 끝까지. 동원이 다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좋지. 동원이 스무 살 넘을 때까지 삼촌들이 응원해줄게. 그 뒤로는 네가 아마 우리를 지켜줘야 될 거야.”

한 사람의 생의 끝자락을 들여다본 터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들이 무대에 올라 오프닝으로 부른 ‘백세인생’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콕 박혔다.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하는 그 가사가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정동원이 부르는 김창완의 ‘청춘’은 열세 살 감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연한 느낌마저 주었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으로 이어지는 가사의 구슬픔이라니.



‘고장난 벽시계’는 고장도 없는 세월의 야속함을 경쾌한 트로트 리듬으로 전했다. 슬픔이나 비감을 오히려 한바탕 흥으로 풀어내는 트로트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다함께 차차차’ 역시 근심 따위 훌훌 털어놓고 한 바탕 놀아보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노래를 통해 전해주었다. 우리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청춘을 예찬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 역시.

하지만 역시 압권은 엔딩으로 부른 ‘희망가’였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그 노래는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듯한 헛헛함과 쓸쓸함 그리고 이를 관조하듯 긍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정동원이 ‘희망가’를 전하며 그 무대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김호중의 테너와 트로트 창법을 넘나드는 목소리에 빠져들고, 진또배기로 한 바탕 한을 흥으로 바꿔내는 이찬원의 노래는 우리네 민요가락이 가진 새삼스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록커답게 콕콕 찔러대는 고음을 선사하는 고재근에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슬픔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정동원까지 그 4인4색의 목소리 또한 우리네 인생의 사계처럼 다채로웠다.

이 무대가 한편의 뮤지컬처럼 담아냈듯이 우리네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한과 흥으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트로트의 진가가 아닐까. 장윤정 마스터가 정동원에 해준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냈던 환경 때문에 슬픔이 자꾸 많아지다 보면 어른들이 말하는 한이라는 게 생기고, 근데 아이한테 한이라는 표현을 하는 데는 미안함도 있고 그렇긴 한데 그런 아이들이 노래로 위로를 받고 관객의 박수를 받아서 치유를 할 수 있다면 동원이가 계속 그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기회를 계속해서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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