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가수 조덕배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뇌졸중을 딛고 다시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를 만난 건 음악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줄기세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덕배 씨는 <고맙다, 줄기세포>라는 책의 체험 사례 중 맨 처음에 등장합니다. 책에 따르면 그는 “줄기세포를 맞고 뇌졸중을 극복했다,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그는 책에서와 같이 말하더군요.

“나는 뇌출혈이 심하지 않았고 발병 직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줄기세포가 효과를 냈다. 만약 뇌출혈이 심한 상태에서 늦게 병원에 갔다면 줄기세포도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줄기세포는 뇌졸중을 이겨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

조덕배 씨는 대한뇌졸중학회와 함께 뇌졸중 예방·대응 캠페인을 벌입니다. 그는 뇌졸중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 메시지에는 ‘줄기세포’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조덕배 씨는 “나는 줄기세포 얘기를 했다”며 “편집된 동영상에서 왜 줄기세포 얘기가 빠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뇌졸중학회는 줄기세포가 효과를 낸다고 보지 않습니다. 뇌졸중학회는 제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소견을 묻자 다음과 같이 회신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연구단계다.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할 정도로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한 신뢰할 만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없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규정에 따라 신뢰성 있는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임상 결과가 필요하다.”

조덕배 씨는 줄기세포 회사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시술을 받았습니다. 저는 월간중앙 2월호에서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투여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 이 회사에 초점을 모은 것은, 알앤엘바이오가 다른 회사와 달리 여러 가지 증상과 질병을 앓는 수많은 고객에게, 지난해 말까지 약 7600명에게, 줄기세포를 시술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죽기 전에 줄기세포 투여를 문의했다죠.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시술을 둘러싼 쟁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임상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광범위한 증상과 질병에 시술합니다. 알앤엘바이오는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조직을 가동합니다. 각각 약사법과 의료법에 걸릴 소지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과연 치료 효과가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알앤엘바이오는 병세가 호전되거나 완치된 사례를 집중적으로 홍보합니다. <고맙다, 줄기세포>가 바로 그 홍보 책자입니다. 나머지 대다수 고객은 어떻게 됐을까요?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다면 어떤 질환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월간중앙 기사 ‘알앤엘바이오 줄기세포 효과 있나?’에서 확인해보시죠.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는 각자의 지방에서 추출해 배양한 ‘자가 성체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에는 이것 외에 배아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가 있습니다. 기사를 읽으면 줄기세포를 짧은 시간에 공부하시는 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전문기자,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cobalt@joongang.co.kr


[사진=L&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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