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이 활짝 열어놓은 트로트 영역의 확장

[엔터미디어=정덕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의 본선 3차 기부금 팀 미션에서 2라운드로 진행된 ‘에이스 전’은 이 프로그램이 어째서 트로트 열풍을 만들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호중, 김수찬, 신인선, 노지훈 그리고 임영웅이 오른 그 무대는 트로트의 영역이 이토록 넓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줬다. 성악에서부터 댄스, 뮤지컬, 정통까지 각각의 무대가 색깔이 완전히 다른 무대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기부금 팀미션 1라운드에서 1위로 올라왔던 ‘패밀리가 떴다’팀의 에이스로 등장한 김호중은 <미스터트롯>에 성악이라는 클래식의 색채를 더해준 출연자다. 성악을 베이스로 하는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마스터들을 놀라게 한 김호중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품격을 만들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 <팬텀싱어>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김호중의 무대는 클래식과 트로트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사형제 팀의 김수찬은 ‘끼쟁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흥이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싸이의 ‘나팔바지’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낸 김수찬은 이어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객석 무대로 내려와 불러 관객들을 모두 춤추게 만들었다. 트로트하면 조금은 구슬픈 정조를 떠올리지만, 그만큼 흥 넘치는 트로트가 있다는 걸 김수찬은 그 무대로 증명했다. 타 장르와 결합한 화려한 퍼포먼스는 트로트라는 장르가 K트로트라고 불릴 글로벌 가능성도 있다는 걸 예감하게 해줬다.

그런가 하면 세 번째 무대에 오른 사랑과 정열 팀의 에이스 신인선은 갑자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장면을 시연하고는 거기에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이어 붙여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만들었다. 장윤정 마스터가 말했듯, ‘그대의 흰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는 가사와 로미오의 마지막 절규는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지점이 있었다. 그간 에어로빅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무대를 꾸며낸 팔색조 신인선은 그런 발랄함 대신 비극적 정조를 뮤지컬 같은 무대로 노래했다.



트롯신사단 침의 노지훈은 수려한 외모와 가창력을 바탕으로 마치 카우보이 같은 복장을 하고 나와 골반을 튕기는 춤을 더한 무대로 객석을 뒤집어놓았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부른 노지훈은 유혹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팀전 분위기를 마치 콘서트장 같은 느낌으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에이스전에서 돋보인 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뽕다발 팀의 임영웅이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포인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부른 임영웅은 포크 장르 또한 임영웅 특유의 트로트 창법이 절묘하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무엇보다 엄청난 고음을 지르거나 감정 과잉을 드러내는 것보다 조용하지만 꾹꾹 감정을 눌러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부르는 노래가 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에이스 전의 승자는 결국 임영웅의 독보적인 무대로 뽕다발 팀에게 돌아갔지만, 이 대결이 고스란히 보여준 건 트로트라는 장르가 다양한 형태의 무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성악에서부터 댄스, 뮤지컬은 물론이고 정통 트로트까지 꽉 채워진 에이스전은 그래서 <미스터트롯> 열풍의 이유를 설명해주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30%를 넘긴 시청률이라는 수치는 정통 트로트만을 고집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게다. 그것은 기존 중장년 고정시청층을 바탕으로 그 위에 다양한 퓨전무대들을 통한 시청세대의 확장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트로트가 다양한 장르와 묶여져 펼쳐지는 영역확장은 이 장르를 더 이상 박제된 옛 노래가 아닌 현재에도 소통되는 노래로 다가오게 했다. 이런 현재화가 전제된다면 K팝의 하나로서 K트로트가 열리는 날도 불가능한 건 아닐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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