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가 장수예능으로 살아남으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낚시가 자리싸움이듯 방송도 편성 싸움이다. 종편예능 전성시대를 견인했던 채널A <도시어부>는 3개월의 짧은 휴식 끝에 시즌2로 돌아왔지만, 불운하게도 종편을 넘어 방송가의 전설을 쓰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 백종원이 이끄는 SBS <맛남의 광장> 등과 맞붙으면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여름까지 평균시청률 4~5%대를 넘나들고, 전국적인 낚시 열풍과 낚시 예능 붐을 일으킨 것을 상기해보면 간신히 1~2%대를 오가는 지금의 성적과 저 먼 바다로 밀려난 화제성은 악천후 속 항해의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도시어부2>가 겪는 현재의 어려움이 단순히 외부의 영향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보다는 제시한 변화 방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일 공산이 훨씬 더 크다.

2018년 여름까지 <도시어부>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낚시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집안마다 한두 명씩은 있다는 낚시인들은 말로만 듣던 연예인 조사들의 캐스팅과 챔질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다채로운 낚시 환경과 흥겨운 분위기에 대리만족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평소 낚시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본격 ‘덕질’ 방송에 매료됐다. 출연자들은 방송을 하면서 하루 종일 낚시를 할 수 있다는 환상적인 현실에 행복해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주변인들과 공유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재미와 즐거움, 설렘의 들뜬 공기는 낚시에 별반 관심 없던 시청자들도 단번에 낚아 올렸다.



이 분위기를 이끈 것이 좋아하는 낚시를 할 때만큼은 천진난만한 소년이 되는 예능 대부 이경규와 그의 대선배 이덕화를 필두로 카바레 킹태곤, 여유와 초조 사이의 박진철 프로, 성장기를 써내려간 장도연과 제작진까지 한데 뭉쳐 티격태격하는 캐릭터쇼였다.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즐기는 사이에 나이나 선후배, 성별의 장벽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함께 낚시를 떠나며 다져간 팀워크의 에너지는 대리만족의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여성 친화적인 우리네 방송가에서 특이하게 애니메이션, 게임, 스포츠 등 20~30대 남성들의 인터넷문화에 영향을 받은 감수성은 <도시어부>만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뿌리는 낚시가 주는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시즌1의 중후반부, 비슷한 전개와 볼거리가 반복되고, 장도연의 성장이란 회심의 스토리라인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캐릭터쇼가 고착화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들뜬 기운과 즐거움을 지켜보던 재미가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즌2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볼거리’ 낚시에 나선다. 그동안 <도시어부>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전 세계 낚시의 명소를 찾아 낚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를 내건다. 단순히 해외에 나가서 낚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반적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낚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런데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걸고 내건 시즌2의 대물 낚시는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포상으로서 떠나는 해외 출조가 일상이 되다보니 낚시 여행을 함께한다는 대리만족의 기분보다 <정글의 법칙>과 같은 방송을 보는 듯한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실제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팔라우든, 호주든 뉴질랜드든, 코스타리카든 해외 출조지에 갈 때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낚시에 너무 익숙해졌다.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험하는 대물 선상낚시는 이제 익숙한 볼거리인데다, 낚시인들과 교감 지점이 아무래도 매우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이색관광체험 상품에 가까워서 아무리 무지막지한 대물을 낚는다고 해도 그간의 구력과 자존심 걸고 대결을 펼쳤던 <도시어부> 낚시의 즐거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제3의 멤버 대신할 인턴제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멤버 합류 없이 볼거리 확보 측면에서만 돌파구를 찾다보니 시즌1에서 겪은 어려움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이경규와 이덕화를 받쳐줄 반고정 출연자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홍보성 출연, 1회성 출연이 이어지다보니 캐릭터쇼는 작동하지 않고 난장을 치는 이경규 캐릭터만 튀고 도드라진다. 이를 다른 친밀한 관계를 맺은 출연자, 라이벌 의식을 가진 출연자가 받아서 요리하지 못하니까 균형이 맞지 않고, 매번 본듯한 장면이 반복된다. <도시어부>의 재미요소는 다양하지만 기본은 낚시의 즐거움 선사에 있고, 끌리게 만든 분위기는 캐릭터쇼에서 나오는 리얼리티인데 현재 <도시어부>가 추구하는,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텐션’은 게스트의 파이팅에 의존하는 휘발성 에너지다.



전혀 보지 못한 볼거리도 좋지만, 덕분에 늘어난 낚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소소한 아이템, 무너진 캐릭터쇼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이 아쉽다. 지난 시즌 100회를 앞두고 떠난 오도열도 특집에서 엄청난 낚시광이자 실력자인 김래원을 발견하고, 낚시의 재미와 열정에 집중하면서 잠시나마 부활한 적 있다. <도시어부> 시리즈가 초창기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할지라도,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이 되기 위한 힌트는 여기에 있다. <도시어부>가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취미, 레저인 낚시를 전면에 내세운 과감함 덕분이다. 취미의 영역에 있던 낚시로 방송까지 하게 된 즐거움이 <도시어부>의 출발선이다.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그림을 보여주고, 낚시의 묘미를 전달하면서, 낚시꾼들의 티격태격하면서 허세와 견제가 판을 펼치는 그림이 이 프로그램만의 맛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어부>는 해외의 대자연, 연예인 누구의 새로운 모습보다, 우리나라 낚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행, 낚시의 묘미를 대리체험하게 하는 박진철 프로 같은 인물이 절실하다. 어떤 볼거리, 어떤 케미스트리도 낚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먼 해외 어딘가의 대항해시대를 마치고 근해 갯바위로 돌아오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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