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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명불허전 아우라 전도연과 더 리얼해진 정우성
기사입력 :[ 2020-02-21 17:16 ]


‘지푸라기라도’ 절벽 몰린 사람들의 끝없는 추락, 호불호 갈리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역시 전도연이고 정우성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먼저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이 두텁다. 전도연은 늘 그랬듯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보여주고, 정우성은 점점 힘을 뺀 연기가 이제는 서민의 지질함까지 표현해낼 정도로 리얼해졌다. 여기에 배성우나 정만식, 진경, 윤여정 같은 배우가 채워 넣는 단단한 연기가 작품의 밀도를 높여놓는다.

그래서 두 시간 정도를 푹 빠져서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확실히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몰입감의 원천은 제목에 담겨 있듯이 여기 등장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인물들의 감정 선 때문이다.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중만(배성우)은 아버지가 달랑 남겨놓은 장사 안 되는 횟집과 고집 센 어머니 때문에 매일 실랑이를 벌이며 갖가지 아르바이트까지 전전하는 아내 그리고 학자금이 없어 휴학을 고민하는 딸을 둔 가장. 나아질 기미 없는 현실 속에서 갑질하는 사장님은 급기야 해고선언까지 한다.



영화는 중만이 사우나 라커에서 거액이 담긴 가방을 발견하고 갈등하는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에게는 힘든 삶을 단박에 바꿔줄 수 있는 가방이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놓고 간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에 넣어둔 그는 결국 해고까지 당하게 되면서 결심을 굳힌다. 하지만 그 힘겨운 삶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거라 여겼던 가방은 저 스스로 늪에 빠진 채 쥔 지푸라기 같은 위험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가방을 둘러싼 인물들은 하나 같이 저마다의 지푸라기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며 살아가는 미란(신현빈)이 그렇고, 불법체류자로 별 희망 없이 살아가는 진태(정가람)가 그렇다. 또 사채에 허덕이며 호구 하나 잡아 한방에 인생역전을 꿈꾸지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희망도 사라져가는 태영(정우성)이나, 과거를 지워버리고 새출발하고 싶은 연희(전도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빠져있거나 혹은 스스로 자초한 늪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간다. 그들은 그 늪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돈이라 생각한다. 돈만 생기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거라 여긴다. 그래서 돈을 구하려는 마음은 점점 더 절박해진다. 사람의 목숨 정도는 쉽게 처리할 정도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절박함이 전면에 깔려 있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살인들이 그리 이물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만큼 그 절박한 상황을 납득시키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 깊숙이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다. 돈 가방을 두고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안간힘은 그래서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죽고 죽이는 아귀다툼이 이어지고 피는 낭자해진다.



매력적인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연기와 얽힌 인간군상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며 추락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떤 주제의식이나 해피엔딩을 찾아보기 어렵고, 나아가 조폭이나 살인범이 등장하는 소재의 콘텐츠가 갖는 잔인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 호불호가 확실히 나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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