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맞아? ‘미스터트롯’, 영웅이 영웅하고, 영탁이 영탁하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는 공연 보는 것 같았어. 오디션이 아니라.”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준결승전에서 영탁이 주현미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부르고 나자 마스터 김준수는 그렇게 말했다. 이 곡은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현미의 조언을 찰떡 같이 받아들여 영탁 특유의 색깔까지 얹어 부른 그 무대는 김준수의 말 그대로 오디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을 어깨춤 추게 했다.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임영웅은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를 마치 연인이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는 듯한 노래로 소화해냈다. “보라빛 엽서에-”로 시작하는 담담한 듯 툭 말하듯 던지는 노래에 관객들은 마치 조용필이 “기도하면-”하면 “꺅-”하고 환호성을 질렀던 것 같은 광경을 보여줬다.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로 전하는 임영웅의 노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임영웅의 노래가 끝나자 원곡을 부른 설운도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관객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짜 진”이라는 외침과 눈물을 닦는 관객에 이어 “앵콜”이 쏟아져 나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임영웅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광경을 본 대기실에서는 출연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고 영탁은 “영웅이 영웅했다”고 말했다.

설운도는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지 처음 알았다”며 자신이 “임영웅씨한테 배울 게 있다”고 했다. 자신이 이 노래를 임영웅처럼 감정을 담아 부르지 못했다는 것. 그는 “저도 가슴이 찡했다”며 앞으로 자신도 “가슴 찡하게 부르도록 하겠다”고 평했다. 호평은 계속 이어졌다. 장윤정은 임영웅이 무얼 전달하려 하는지 다 알고 무대에 올라오기 때문에 김성주씨가 자꾸 우는 것이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고, 조영수는 이 무대 그대로 녹음을 해도 바로 오케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는 장민호 또한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역대급 무대를 선보였다. 연거푸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됐던 장민호는 자신감이 떨어져 중도에 그만두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남진의 ‘상사화’를 부른 장민호는 자신의 색깔을 드디어 제대로 드러내며 칼을 간 무대로 그간의 무대 중 최고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스터 트롯>의 준결승 무대가 보여준 건 이제 이 프로그램이 오디션의 차원을 이미 넘어서 있다는 사실이다. 매번 출연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는, ‘영탁이 영탁했네’, ‘영웅이 영웅했네’, ‘민호가 민호했네’ 같은 말들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순위는 갈릴 지라도 각자가 각자의 색깔에 맞는 무대를 아낌없이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성악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의외로 주현미의 ‘짝사랑’을 선택해 간드러지게 트로트로 소화해내는 김호중이나, 설운도의 ‘쌈바의 여인’으로 또 한 편의 뮤지컬 무대를 선사하는 신인선, 남진의 ‘사랑은 어디에’라는 쉽지 않은 선곡을 감기로 좋지 않은 목상태에도 불구하고 잘 소화해낸 김희재, 남진의 ‘우수’를 14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감성으로 소화해내는 정동원 등등. 출연자들은 모두 오디션이 아닌 자기 무대를 마치 콘서트 하듯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벌써부터 이들의 팬덤이 심상찮다는 사실이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 이름을 연호하고 마음을 담은 문구를 적어 들어 올리는 관객들. 마스터의 극찬 일색 평에 격렬한 공감을 표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오디션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향후 행보의 꽃길을 예감케 한다. 오디션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콘서트가 되어가는 <미스터트롯>. 오디션이 진짜 가야할 길을 그려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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