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과 코로나19를 동시에 만난 트로트업계의 명과 암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결승전이 2일 무관중 녹화를 진행한다. 현 방송가 최대 관심사인 이날 결승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산 차단에 총력전인 상황이라 관중 없는 사전 녹화로 결정됐다.

코로나19는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을 넘어 트로트업계 전체에도 거대한 돌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트로트업계는 사상 최대의 기회를 맞았다. 트로트는 비주류 음악으로 분류되며 주로 장노년층의 한정된 팬층에서 생존해왔다. 지상파보다는 케이블 방송에서, 콘서트보다는 지자체 행사, 소규모 모임이나 잔치, 노래 교실 위주로 팬들을 만나오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었다.

<미스트롯>은 트로트 여가수들 경연으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송가인이라는 빅스타를 탄생시켰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신인에 쏠린 관심인지 아니면 트로트가 본격적인 주류 음악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인지 불분명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트로트 가수 데뷔 프로젝트인 ‘뽕포유’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캐릭터인 유산슬은 <합정역 5번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을 히트시키면서 방송 내내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기존의 트로트가 잘 도달하지 못하던, 연령별로는 10, 20대 젊은 층,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 어필했다. 유산슬은 트로트가 국민 모두의 가요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준비됐다. MBC every1 <나는 트로트가수다>, MBN <트로트퀸> 등 트로트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이 2월 들어 방송 전파를 탔다. SBS는 트로트 스타들의 세계 시장 진출 프로젝트인 <트롯신이 떴다>를 오는 4일 시작하는 등 예능가는 트로트가 얼마나 핫아이템인지를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미스터트롯>이 등장한다. <미스터트롯>은 지난해 <미스트롯>부터 시작된 트로트 붐업의 모든 에너지가 모여 대폭발을 일으켰다. 8회 만에 예능으로는 천상의 시청률인 30%를 넘어서고 임영웅, 이찬원, 정동원, 김호중, 영탁 등 많은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젊은 층까지 확실히 사로잡으면서 범국민적이다. <미스터트롯>의 대성공은 트로트업계의 숙원 성취로 이어질 기세였다. 주류 가요의 굳건한 한 장르로 자리 잡는 트로트 종사자들의 꿈이 방송 후속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뤄질 분위기였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코로나19가 튀어나왔다.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이지만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특히 트로트업계가 타격이 심하다. 대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트로트 활동 무대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지역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업계 자체가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렸다. 원래는 <미스터트롯> 단계별 탈락자들이 차례로 외부행사로 풀리면서 방송의 좋은 분위기가 널리, 지속적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가 컸다. 코로나 사태가 빠른 시일 내 종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에 끝나고 다시 불을 지필 기대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스터트롯> 결승전이 불가피하게 무관중 녹화로 진행되기로 한 것도 악재다. 당초 600여 명 관객을 초대해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에서 성대하게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무관중에 안전 문제를 고려해 녹화 장소도 비공개로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스터트롯>은 관객의 리액션이 분위기를 고조하는 주요 요소. 편집으로 보완해 보려 애쓰겠지만 일단 방송의 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방송 외적으로는 결승전 티켓 확보 전쟁, 방송 후 현장 분위기 입소문 등 트로트 관심 유도의 좋은 재료들인 여러 관객 관련 흥밋거리들도 사라졌다. 영민한 <미스터트롯> 제작진이 결승전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 관심이 더 커지는 이유다.

결승전 이후 상황도 좋지 않다. 방송 후 3월말 개최할 예정이던 스페셜 갈라쇼도 관객 없이 참가자들 토크콘서트로 대체됐다.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콘서트>의 시작인 4월 서울 공연도 2만 석의 티켓이 오픈 10분 만에 매진됐지만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투어는 <미스터트롯> 방송의 열기를 트로트업계 전반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제였다.



트로트업계는 <미스터트롯>이라는 최고의 기회와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장애물을 동시에 만났다. 하지만 비주류의 어려움과 무관심을 이겨내며 주류 문턱에 도달한 지금까지의 저력은 분명 축적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것이다. 지상파는 고사하고 케이블도 방송이 쉽지 않던 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유튜브로 버텨서 지금의 저변을 만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스터트롯>으로 지핀 트로트 중흥 불씨도 지켜내고 다시 성대하게 타오르도록 만들 것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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