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빠진 ‘본 대로 말하라’, 나열식 사건전개에 연기력 미숙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OCN 토일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의 캐스팅에서 애초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배우는 장혁과 진서연이다. 최수영이 여자 주인공 차수영 역할을 맡았긴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내공을 기대할 만큼 경력은 많지 않다. 장혁이야 액션 스릴러에 멜로 연기까지 정평이 난 연기자고 진서연은 영화 <독전>에서 이른바 ‘약 빤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던 배우다. 그러니 장혁과 진서연 이 두 배우가 함께 공조해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이 스릴러에 기대감이 클 수밖에.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 대로 말하라>에서 진서연의 연기는 어딘지 몰입이 잘 안 된다. 그가 연기하는 황하영이라는 광역수사대 팀장은 한 마디로 카리스마 걸 크러시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항상 심각하고 범인을 잡겠다는 집념이 강한 인물. 그런데 진서연의 연기는 너무 경직된 느낌이 강하다. 지나치게 카리스마를 드러내려는 모습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독전>에서는 잠깐 등장했지만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던 진서연이었다. 故 김주혁과 합을 맞춰 섬뜩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던 진서연을 떠올려 보면 어째서 <본 대로 말하라>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 의아할 정도다. 이것은 연기의 문제일까 아니면 캐릭터의 문제일까.

두 가지가 다 섞여있다고 보인다. <본 대로 말하라>는 삼거리 폭발사고의 비밀을 추적하는 오현재(장혁)의 이야기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스토리다. 여기에 한 번 본 것을 사진 찍듯 기억해내는 픽처링 능력을 가진 차수영(최수영)과 역시 그 폭발사고의 진범인 연쇄살인범을 쫓는 황하영(진서연)이 합류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삼거리 폭발사고를 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다양한 사건들이 매회 소개되는 에피소드 드라마 형식을 더하고 있다.



물론 밀실에서 마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로 보인 오현재가 실제로는 진범을 유인하기 위한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이 드라마 제목에 걸맞는 흥미진진한 반전을 보여준 바 있다. 즉 시청자들조차 속을 수밖에 없었던 건 본대로 보기보다는 거기에 저마다의 선입견을 더해 진실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담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현재가 밀실을 빠져나오면서 그 후로 드라마는 다른 사건들을 나열해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흘러간다. 긴 호흡을 단 하나의 사건으로 끌고 가는 건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에피소드를 집어넣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적어도 전체를 잇는 사건에 어떤 맥락을 갖지 않는다는 건 드라마의 몰입을 깨뜨릴 수 있는 일이다. 이중 자아를 가진 범인이 아버지를 존속살해하는 사건이나, 동창이지만 갑질을 일삼는 상사에 대한 분노를 살인으로 풀어내는 범인을 다룬 사건이 2회 연속으로 담겨진 건 그래서 이 드라마의 본 사건의 전개를 지지부진하게 만든다.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춰져 쌓여지면서 만들어지는 몰입감이 아니라 각각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통한 몰입이 더 크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이다. 얼음창고에서 물에 빠진 사체가 얼음이 되어 잘려진 채 토막시체로 나오는 장면이나 스튜디오에 목이 반쯤 잘린 채 줄에 매달린 시체 같은 장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같은 것들은 이 드라마가 스토리나 캐릭터의 몰입감을 끄집어내는 대신 충격적인 장면의 자극에 집중하는 인상이 짙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마다의 캐릭터들은 내적 힘을 쌓아가기보다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며 소비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픽처링 능력을 가진 차수영은 물론 그 능력을 사용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굉장한 매력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오현재의 프로파일링을 보조하는 역할 정도에 머물고 있달까. 그나마 장혁의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를 빼고는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여러 선입견이 겹쳐져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현실을, 픽처링 능력을 가진 인물과 냉철한 눈으로 진실만을 들여다보려는 프로파일러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본대로 말하라>의 기획의도는 굉장히 신선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걸맞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전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OCN표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성공요인이 공식으로 자리할 때, 자칫 OCN표 스릴러는 ‘본 대로 말하지 않게 되는’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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