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이태원 클라쓰’에 아쉬운 딱 한 가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비록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태원의 불경기는 길어지고 있지만,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와 화제성은 대단하다.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는 단순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작품에는 성공의 흥행요인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물론 <이태원 클라쓰>의 첫 회 방영 후에는 과연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가기는 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의 결을 그대로 따라가긴 했으나, 무언가 ‘이태원 김탁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가난한 청춘의 복수극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시절부터 늘 흥행코드이긴 했으나, 어째 너무 익숙하다는 기시감도 느껴졌다. 거기에 박새로이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손현주는 특별출연이었지만 너무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역설적으로 그가 빼어난 연기로 <이태원 클라쓰>를 압도해버리는 바람에, 이 드라마의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회 차부터 박새로이(박서준)와 이태원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이태원 클라쓰>는 자기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태원 클라쓰>는 가난한 청춘의 복수와 성공을 다루는 스토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성정체성이 모여드는 이태원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극 초반 <이태원 클라쓰>는 주인공 박새로이의 복수극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박새로이가 포차 ‘단밤’을 차리면서 창업 성공담의 재미가 느껴졌다. 특히 조이서(김다미)가 ‘단밤’을 리뉴얼하는 스토리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창업 성공담은 어느새 장대희(유재명)의 ‘장가’와 박새로, 이호진(이다윗), 강민정(김혜은)이 맞붙는 기업 전쟁 스토리로 흘러간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에 인종,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하나가 되는 단밤 멤버들의 우정과 박새로이를 둘러싼 조이서와 오수아(권나라)의 삼각관계까지 곁들여진다. 어찌 보면 정신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뒤섞여도 특유의 매력이 있는 이태원처럼 <이태원 클라쓰>는 독특한 개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편 원작 웹툰의 광진 작가 역시 드라마판 <이태원 클라쓰>를 위해 노력한 것이 엿보인다. 웹툰과 드라마는 비슷하지만 결이 다르다. 만화 특유의 매력적인 감각이, 영상의 시각적 리얼리티와 충돌할 때 드라마는 굉장히 허무맹랑해진다. 또한 웹툰과는 다른 드라마만의 재미 포인트도 존재하는 것이다. 광진 작가는 첫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웹툰의 재미를 살리면서 드라마에서 어울리는 이야기로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만화적인 이야기지만, 드라마적인 리얼리티를 살려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새롭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이태원 클라쓰>와는 또 다른 힘을 지닐 수 있었다.



여기에 원작 웹툰의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난 것 같은 박서준, 유재명의 연기와 원작 웹툰 인물과는 다른 매력으로 승부를 보는 김다미, 이주영, 권나라의 연기도 부딪친다. 그런데 이 충돌이 어색한 게 아니라 드라마만의 고유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울러 정작 스토리는 그렇게까지 ‘힙’하지는 않고 대중적이지만, 힙한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OST 또한 <이태원 클라쓰>의 힘이다. 음악을 듣자마자 이태원 거리를 달리고 싶은 가호의 <시작>을 중심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파워풀하게 귀를 사로잡는 음악들은 <이태원 클라쓰>를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하게 만들어 준다.



다만 그럼에도 <이태원 클라쓰>에 아쉬움은 몇 가지 있다. 조이서는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여성주인공 캐릭터다. 똑똑하면서도, 이성적이고, 제멋대로면서도 은근 정의로운 면까지 있다. 하지만 이 한국드라마 사상 역대급으로 남을 수 있는 문제적 캐릭터가 박새로이만 바라보는 평강공주 스타일로 흘러가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이 캐릭터가 펼쳐 보일 매력들이 무궁무진해 보이는 데 박새로이 오빠 앞에 눈물짓는 역할로 종결되니 말이다. 트랜스젠더로 등장하는 마현이 역시 배우 이주영이 지닌 매력과 어우러지며 독보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독보적인 캐릭터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그저 착한 ‘오빠/언니’의 존재감 외에 대단한 것이 없다.

아쉽게도 <이태원 클라쓰>는 워낙 빠른 진행 탓에 특별한 캐릭터의 특별한 개성들은 쉽게 묻혀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클라쓰>가 SBS <스토브리그> 종영 이후 가장 존재감 있는 드라마인 것만은 분명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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