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주술의 저주와 SNS의 혐오 저주

[엔터미디어=정덕현] 신도림역, 지나다니는 사람들 틈에 마치 석양의 건맨들처럼 마주선 백소진(정지소)과 진경(조민수). 인파 속으로 숨어든 백소진과 그를 좇는 진경과 무리들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아마도 보통의 추격전이라면 이 장면이 이토록 긴장감 있게 그려지진 않았을 게다. 그건 결국 살벌한 악당인 어른들이 한 아이를 추격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이들의 대결에 ‘방법(저주를 내려 사지가 뒤틀어지게 해 죽게 하는 것)’이라는 초현실적 능력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임진희(엄지원) 기자를 살(殺)이라 적힌 부적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고 납치한 진경과 패거리들은, 임진희에 약점이 잡혀 꼭두각시 역할을 해온 천주봉(이중옥)을 추궁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진경이 천주봉을 벌주는 방식이 끔찍하다. 부적을 붙여 악귀를 집어넣는 것. 그래서 죽을 때까지 악귀에 고통 받다 죽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면이 앞부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백소진과 진경이 지하철 안에서 벌이는 대결은 손에 칼 한 자루 쥐고 있지 않아도 흥미진진해진다. 백소진은 이미 첫 회에 방법을 통한 저주로 임진희의 상사를 온몸이 뒤틀어진 채 죽게 만든 바 있다. 그러니 이 고등학생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경 또한 만만찮다. 그는 백소진이 진종현(성동일) 포레스트 회장을 방법하기 위해 살을 날릴 때 이를 막아 역살을 날린 인물이 아닌가.

그래서 진경이 가방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들고 지하철 안에서 백소진을 찾는 장면은 섬뜩하게 느껴진다. 누가 먼저 총을 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방법을 하느냐가 생사를 가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물건과 그 사람의 이름, 사진이 있어야 방법을 할 수 있는 백소진이지만 직접 손으로 상대방의 몸을 만져 방법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장면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결국 백소진은 인파 속에서 그 자그마한 몸을 숨긴 채 진경의 손을 잡고 방법을 해버린다. 진경은 사지가 뒤틀어진 채 지하철 한 가운데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사실 악의 세력과 싸우는 대결을 다루는 콘텐츠들은 넘쳐났지만 아마도 이런 독특한 대결 장면은 <방법>이라는 드라마만이 가진 것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보면 손을 잡거나 부적을 붙이고 또 물건을 쥔 채 저주를 내리는 그런 장면일 뿐이지만, 방법이라는 하나의 저주 설정을 마련함으로써 이 드라마는 색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대결구도만큼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건 향후 백소진이 궁극적인 거악인 진종현과 어떻게 맞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진종현은 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그런 그에게 백소진의 방법은 통할 수 있을까. 또한 이 대결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임진희라는 진실을 좇는 기자와 진종현이라는 SNS 기업을 통해 누군가를 저주하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악당과의 대결구도다.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가져왔고 이를 통해 색다른 대결구도를 만들어냈지만, 이 드라마가 그런 설정을 허용하는 건 그것이 우리네 SNS가 만들어내는 혐오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종현과 진경의 조합은 마치 SNS의 혐오 저주와 주술의 저주를 결합한 것이고, 임진희라는 기자와 백소진이라는 방법사는 이들의 저주와 맞서는 조합이 된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위험보다 소문처럼 드러나지 않고 번져가는 정신적 폭력이 만들어내는 혐오의 위험이 더 커진 세상. <방법>이 보여주는 백소진과 진경의 저주를 통한 대결은 그래서 총, 칼이 날아가는 대결보다 더 흥미진진해진다. 그리고 이건 현재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를 끄집어낸 것이기도 할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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