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김혜수·‘이태원’ 김다미 통해 본 여성 캐릭터들 극적인 변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남자를 건드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겠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김다미)는 박새로이(박서준)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 그의 팔뚝에 난 상처를 매만지며 이렇게 다짐한다. 그 섬뜩하게까지 느껴지는 다짐은, 소시오패스 성향이 높은 조이서라는 특별한 인물의 박새로이에 대한 ‘사랑표현’이다. 도대체 지금껏 여성 캐릭터로서 이런 사랑표현을 하는 인물이 있었던가.

조이서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자신의 욕망을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내놓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대놓고 박새로이에게 수아(권나라)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 자신이 단밤의 매니저 일을 그만둘 거라는 엄포를 놓기도 한다. 물론 그건 엄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툭툭 꺼내놓는 이 캐릭터는 시원시원하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수아는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껏 드라마가 자주 그려왔던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같다는 느낌을 준다. 끝없이 자신의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좀체 그 명쾌한 속내를 내놓지 않는 인물. 욕망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솔직하고 직진하는 조이서라는 캐릭터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답답한 인상을 준다.

최근 드라마들 속 여성 캐릭터들은 변화하고 있다. 한때 일과 사랑 사이에서 사랑을 선택하다가, 고민하게 되고 나아가 일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여성 캐릭터들은, 이제는 일이든 사랑이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이에나>의 정금자(김혜수)는 성공할 수 있다면 사랑조차 이용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다. 윤희재(주지훈)와의 법정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그는 의도적으로 접근해 연인을 가장한 채 중요한 서류를 빼돌린다. 결국 법정에서 뒤통수를 맞은 윤희재는 충격으로 멍하니 정금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랑을 빌미로 많은 희생을 강요하거나, 사랑을 통한 신분상승을 마치 여성들의 성공방정식으로 내세우던 신데렐라들을 탄생시켰던 무수한 과거의 드라마들을 떠올려보면, 정금자라는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다. 오히려 그런 정금자에게조차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분대는 윤희재와 비교해보면 그 관계가 얼마나 역전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정금자가 언제까지 윤희재와 으르렁대며 물고 뜯는 대결로만 나아갈 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서로를 물어뜯다 그들이 의뢰인들의 하이에나라는 동류의식을 가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정금자의 직진하는 욕망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까.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욕망을 다뤄왔지만 남성들의 욕망과 여성들의 욕망을 다른 눈높이로 다룬 면이 있었다. 남성들의 욕망이 당연한 것으로 그려진 반면, 여성들의 욕망은 어딘가 본분을 벗어난 것으로 꺼려진 면이 있었던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나 <하이에나>의 정금자가 그려내는 욕망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는 반가운 면이 있다. 이들에 대한 대중적 열광이 생겨나는 건 그만큼 이런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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