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호러 드라마 역사에 남을 정지소·조민수의 지하철 대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드라마 <방법>은 작년 한해 마니아들을 불러 모은 호러, 오컬트 드라마와는 맥이 좀 다르다. 아마도 <방법>은 드라마보다는 영화시나리오로 먼저 기획되지 않았을까 싶다.

<방법>에는 데스노트의 디지털 버전처럼 한자이름, 휴대폰, 사진으로 저주를 거는 ‘방법’이 등장한다. 그리고 악귀에 씌운 진종현(성동일)이 있고, 그의 실체를 추적하는 신문기자 임진희(엄지원)가 있다. 또 진종현 옆에는 그를 보필하는 무당 진경(조민수), 임진희 옆에는 무당의 딸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이 있다. 여기에 <방법>은 일종의 IT 저주걸기인 포레스트 저주의 숲 명단 태그놀이까지 등장하며, 한국이 아닌 일본의 무당까지 출연한다.



이처럼 <방법>은 설계의 스케일이 크다. 2시간짜리 영화로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 2시간짜리 영화를 12부작 드라마로 억지로 늘린 것 같은 인상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물론 <방법>은 공포의 기초가 원래 점층법이기는 하다. 계속해서 긴장감을 쌓고, 공포로 시청자를 몰아넣는 호로의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긴장감을 쌓는 순간순간이 뭔가 느슨해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을 길게 설명하거나, 시간을 채워 넣기 위한 장면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들러붙을 때가 있는 것이다.



또한 <방법>의 세계관 자체가 2시간짜리 영화로는 ‘홀릭 ’될 수 있지만 12부작짜리 드라마로 몇 주에 걸쳐 보다보면 틈틈이 드러나는 빈틈에 고개가 실소가 터질 때도 있다. 웅장한 설계에 비해 뭔가 유치한 듯 보이는 방법의 방식이 그렇다. 또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토리상 계속 헛다리를 짚는 듯 보이는 임진희나 정성준(정문성) 캐릭터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방법>은 그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몰입감을 선물해 주는 흔치않은 오컬트호러 드라마인 건 분명하다. 군더더기를 제거하면 긴장의 서사는 촘촘하며, 그 터트리는 공포의 한방이 꽤 크기 때문이다.



또한 매력적인 배우들이 다소 지루한 전개를 긴장감 있게 끌어가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몇몇 배우들은 진짜 악귀는 아니겠지만 연기의 신이 들린 모습으로 <방법>에서 연기하는 때문이다. 극 초반에는 악귀에 들린 배우 성동일이 이 역할을 도맡아줬다. 성동일은 <방법>에서 코믹배우 이미지를 털어내고 악에 들린 장년남성의 캐릭터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연극배우 출신 성동일이 모노드라마처럼 그려내는 악에 들린 진종현의 모습은 사건 전개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섬뜩했다.

반면 극 중반부터는 진종현의 무당 진경 역의 조민수와 방법사 백소진 역의 정지소가 그 역할을 도맡았다. <방법>의 진경 자체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무당 캐릭터는 아니다. 무당에, 사이비종교 교주 같기도 하고, 부두교의 주술사 같기도 한 독특한 매력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그 모두가 설정만으로 그럴싸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조민수는 이 빈틈을 본인이 지닌 독특한 매력과 연기로 완성체로 만들어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문화재 무당 연기를 바란다면 조민수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방법>에만 등장하는 유니크한 무당 진경에는 조민수만큼 독특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배우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초록색 옷을 입은 무당 진경 혹은 조민수는 동양과 서양, 남방과 북방, 대도시와 법당을 가로지르는 기괴한 샤먼 같은 인상이다.

한편 정지소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방법> 전체를 이끌어가는 긴장감의 무게를 담담하게 끌어간다. 이 배우의 조용하고 무거운 에너지 덕에 <방법>은 몇몇 허술하거나 지루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다만 그 동안 각기 다른 에너지를 가진 이 두 주인공이 맞붙는 장면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8회 차에서 드디어 조민수의 진경과 정지소의 백소진이 맞붙었다. 그리고 기대대로 <방법>에서 무당과 방법사가 붙는 지하철 장면은 호러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승객이 미어터지는 지하철 안 그 안에서 서로를 찾는 무당과 방법사. 조민수의 섬뜩함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표정연기와 짚업 후드를 뒤집어 쓴 정지소의 무표정한 카리스마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 이어진다. 절제된 긴장감이 극도에 달하는 순간 방법사가 무당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방법’을 ‘시전’한다. 곧바로 흰자위를 드러내며 피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악귀의 무당. 이 지하철 방법 장면 하나만으로 <방법>은 기억에 남을 호러 드라마의 역할은 톡톡히 했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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