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투4’, 보다 혁신적인 실험을 계속 도전해야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장수예능 <해피투게더4>는 지난 한 달간 대대적인 새해맞이 실험을 선보였다. 2월 13일부터 ‘아무튼, 한 달’이란 이름을 걸고 기존 <해피투게더> 스타일의 토크쇼와는 전혀 다른, 지속 가능한 습관 변화를 꾀하는 습관 성형 관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총 4주간 2개의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첫 프로젝트는 정준하, 전현무, 조세호, 홍현희가 각자 생활 속 습관 교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건강한 바디 디자인’이고, 두 번째는 ‘공부’편으로 유재석, 홍진경, 조세호, 허정민이 모의 토익시험에 응시하는 과정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프로젝트 모두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다이어트의 경우, 평소 일상을 관찰해 문제를 진단하고 압박의 스트레스와 자기 절제와의 싸움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진행과 변화가 가능한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일생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식사전후로 양치(홍현희), 술 한잔 물 한잔(조세호), 20분 이상 식사, 30번 씹기 식사법(전현무) 등 전문가들이 제안한 솔루션은 간단한 생활습관 교정이었다. 이런 조언에 더해 운동을 열심히 한 조세호의 경우 한 달간 체지방을 9킬로그램 가까이 빼는 등 드라마틱한 변신에 성공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유명 토익강사들이 함께한 두 번째 프로젝트 공부 편은 이에 비해 모호하긴 했다. 토익점수를 검증 기준으로 삼고 벼락치기와 매일매일 꾸준하고 성실한 공부법을 비교하면서 나에게 맞는 공부법 찾기 실험을 펼쳤다. 단순히 공부법의 차이로 해석하기에 꾸준함과 집중력, 기본 학습 능력 차이와 같은 개인차가 크고, 아무리 일타강사들의 족집게 요령을 습득한다고 해도 영어 공부가 전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토익을 준비하기에 한 달은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다만, 이 편에서 빛난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미션을 마주한 유재석이나 홍진경 등의 중년 연예인들을 지켜보는 재미다. 유재석은 일·육아 등 누구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든 틈을 내고, 촬영장에서도 이동 중에도 영어 공부를 했다. 홍진경은 단기간에 LC에서만 130여점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일류를 유지할 수 있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받쳐주는 태도와 체력은 역시 유재석이라는 말을 나올만하게 했다. 그러면서 <해투> 자체에 관한 실험이기도 해서 눈길을 끌었다. <해투> 역사에서 처음으로 토크쇼라는 정체성을 내려놓았고, 그러면서 늘 출연진 가운데서 진두지휘하던 유재석이 한칸 옆자리로 가서 플레이어가 됐다. 공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 스튜디오 좌석 배치를 보면 전현무가 메인 MC를 보고, 유재석은 조세호, 홍진경, 허정민 등과 함께 앉는다. 사실상, 유재석 체제가 된 이후 <해피투게더>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변화다. 또한 방송 이외의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려하는 유재석의 일상 공간도 얼핏얼핏 엿보이는 등 유재석 캐릭터에 변주를 준 점이 크게 느껴진다.



따라서 그간 <해투>가 장기적으로 지적받던 식상함을 벗어나기 위한 실험이기도 한 만큼 ‘아무튼, 한 달’ 프로젝트가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일부 있지만, 3%대 시청률에서조차 1%대 중반으로 반토막 가까이 났으니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보긴 힘들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스터트롯>의 유탄이 치명타가 됐다. 이 프로젝트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파악하기에 너무 강한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 두 번째는 다시 한번 확인 한 학습 콘텐츠의 장벽 확인이다. 조세호가 이끈 첫 프로젝트에 비해서 토익편은 효용을 느낄 시청자 층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는 대폭 감소한 시청률로 나타났다. 교육적 목적이 가미된 예능은 늘 기획됐지만 언제나 명확한 한계 속에서 존재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지 못한 점이다. ‘아무튼, 한달’이란 제목부터 2017년부터 출판계에 ‘문고본 에세이’ 바람을 일으키며 유명해진 ‘아무튼’ 시리즈가 연상되고, 조선일보의 주말섹션 이름도 ‘아무튼, 주말’이다. 그리고 유재석을 새롭게 보여주는 데 있어서도 그가 오랜 정체 끝에 반등에 성공한 <놀면 뭐하니?>의 수행 방식과 유사하다. 유명 강사들을 부르고,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함께하는 실험이란 측면에서 설정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유재석에게 평소 그가 잘 할 수 없는 분야의 미션을 부여하고 이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놀면 뭐하니?>의 방식이다. 즉, <해투> 안에서 놀라운 변화지만 이미 예능 시청자들에겐 새롭지 않은 모습이다.



따라서, 그간 <해투> 시리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유재석과 다른 패널들의 역할 분담, 가십, 에피소드성 토크쇼의 식상한 주제 등을 타파하기 위해 정체성 자체를 내걸고 만든 전향적인 프로젝트지만 이웃을 잘못 만난 점,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새롭다기보다 타 프로그램의 자장권 안에 들어온 볼거리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실험 결과가 다소 오용되어 아쉽다.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색다른 시도였던 만큼 한 번의 시도로 좌절하지 말고 <해투>만의 실험이 조만간 또 이어지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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