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편승한 ‘편애중계’, 터닝 포인트 만들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방송가의 트로트 열풍은 이른바 ‘트로트코인’이라 부를만하다. 어마어마한 화제성의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매주 예능 역사를 매주 새롭게 쓰고 있고, 송가인은 여전히 밟는 스텝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춤추게 만든다. 두 자릿수 시청률에 안착한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트로트 프로젝트로 일어선 예능이고 <비긴어게인>시리즈의 트로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SBS <트롯신이 떴다>는 코로나19이후 타격을 입은 여타 여행예능과 달리 평일 심야예능임에도 수도권 기준 16%가 넘기는 그랜드오프닝으로 막을 열었다. 그 외 트로트 관련 신생 프로그램들도 완성도 여부나 출연진의 신선도, 유행에 따른 피로도와 같은 우려를 가뿐히 넘어서며, ‘트로트’ 세 글자만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트로트의 이런 후광은 MBC <편애중계>에도 광명이 됐다. 한 가지 대결 주제로 2~3주간 방송을 이어가는 <편애중계>는 최근 ‘트로트 신동 대전’을 펼치면서 1~3%에 갇혀 고전하던 전국단위 시청률이 7.7%까지 치솟았다. 사실, 트로트 신동 대전은 평소 <편애중계>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소박한 대결이다. 6명의 신동 중 1차 예선을 거쳐 올라온 3명을 야구, 축구, 농구팀으로 배정하고 우승자(팀)를 가르는 대결을 편애 중계한다. 심사위원으로 이미 트롯 영재 유산슬을 키워낸 바 있는 박현우, 정경천 ,이건우 트리오가 참여하는데, 이들은 심사뿐 아니라 우승자에게 신곡을 써줄 예정이다.



그런데 아무리 유산슬 사단이 참여한다고 해도 상상 이상의 반응이다. 어린 친구들이 온갖 감정을 이입해 부르는 구성진 트로트 창법은 흥미로운 볼거리기도 하고, 유산슬 사단의 톰과 제리 식의 물고 물리는 만담은 구성원의 조합상 자연스레 ‘아재 예능’이 된 <편애중계>와 잘 어울리지만 이런 급작스런 변화를 모두 설명해줄 만큼은 아니다. 특히, 유명 가수가 출연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무대, 다채로운 볼거리로 승부하는 가창 예능이라기에 음향과 무대는 조촐하기 그지없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가수 지망생들이 사무실에서 심사를 보고, 작은 무대와 식당 등에서 재능을 뽐낼 뿐이다. 그럼에도 트로트 이 세 글자만으로 <편애중계>는 하늘 높이 떴다.

그 이유는 어린 친구들의 구수한 가락이 오늘날 트로트가 유행하게 된 근원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세대를 초월한 트로트 사랑은 재능 발견이란 보편적 재미와 서사에 정통성과 전통으로 빚어낸 문화적 자부심 고취를 결합시키기 좋다. 이는 트로트 예능과 한류 예능이 정서상 호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나 <가요무대> 같은 기존 트로트 시장에 어필하는 콘텐츠보다 다른 문법과 소재로 건드려주는 편이 폭발하기 쉬운 이유이며, 그 덕분에 트로트는 문화적 자양분이 다른 여러 세대를 묶어주는 온 가족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트로트를 잠시 품으며 <편애중계>의 성적표는 눈부시게 달라졌다. 거의 트로트 매직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트로트 방송으로 전향할 수는 없지만, 이 기회에 무엇이 이런 극적인 변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다. <편애중계>는 아저씨들이라 할 수 있는 출연진이 그 시선과 입장에서 돌싱, 노총각, 모태솔로, 노년의 소개팅이나 이색 구르기 대회, 꼴찌고사, 탑골가왕 등 작은 이야기, 개인적인 도전을 응원하는 과정에서의 만담과 견제가 재미 포인트다. 그런데 <편애중계>가 메인으로 삼고 있는 소개팅 콘텐츠와 따뜻한 시선은 종목을 대표하는 해설가들이 자존심을 내걸고 대결을 펼치기 적합하지 않은 무대다. 또한 개인적 도전과 사연을 대하는 만큼 매번 착한 방송으로 귀결된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해볼 때 대박이 터진 트로트와의 만남이 <편애중계>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믿기 힘든 반등이지만 안타깝게도 기본 설정과 고정 출연자들이 만든 변화가 아니다. 게다가 중계진이 영재와 심사위원들에게 평소보다 더 자리를 비켜주면서 거둔 결과라 오히려 무대가 끝나고 난 뒤의 씁쓸함이 더 짙게 느껴진다. 이들 전원이 트로트에 대해 언급할 입장과 거리가 먼 만큼, 트로트 영재 대전은 게스트의 활약과 시류를 잘 활용한 일회적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다음 주에 노년의 황혼 연애를 다룬 ‘내 생애 마지막 미팅’편이 트로트 열기로 이룬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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