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던 ‘개훌륭’의 드라마틱한 반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이경규와 이유비, 그리고 훈련사 강형욱이 함께 반려견 때문에 속앓이 하는 가정을 찾아가 원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반려견 예능 콘텐츠다. 반려동물 콘텐츠는 관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일상성을 중시하는 관찰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2015년을 기점으로 방송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물론, 그전에도 SBS 과 같은 굳건한 장수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2015년부터 JTBC <마리와 나>,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등 정서적 교감을 내세운 관찰예능의 작법에 영향을 받은 기획이 선을 보였고, 반려견 키우기에 대한 인식 개선과 훈련법을 소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새로운 물결이 본격화됐다.

이 뉴웨이브의 정점에 선 인물이 바로 강형욱 훈련사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훈련성과와 확고한 철학, 시청자들도 안정시키는 유려한 언변과 말투, 제스처로 인해 국내 반려견 문화 성숙에 이바지했으며, 개인적으로도 스타 방송인, 유투버, 베스트셀러 작가, 관련 기업인으로 거듭났다.



이런 강형욱 훈련사와 2020년 들어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드러낸 이경규가 만나 만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예능 버전이 바로 <개는 훌륭하다>다. 강형욱 훈련사의 원맨 방송에서 이경규와 분위기와 미모를 더하는 이유비가 가세하고, 지상렬, 유권 등 연예계의 소문난 애견가들이 게스트로 함께한다. 그 덕분일까. 성적도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1부와 2부 시청률 사이에 적잖은 격차가 있었지만, 1%대 시청률에서 출발해 8%대로 올라선 흐름은 최근 유행하는 인기 드라마의 상승 그래프와 유사하다. 아직 방송을 시작한 지 반 년도 안 된 신생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더라도 반려견 관련 콘텐츠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는 신선하다고 할 만한 구석이 크지 않았다. 1회 시청률이 극히 낮은 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미 강형욱은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반려견 문제와 훈육에 대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개밥 주는 남자>, <마리텔> 등 여러 방송에서 훈련법을 안내했기에 신규 예능이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조금씩 초점을 훈련법이 아니라 견주를 향해 맞추고, 사람(견주) 문제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면서 이 반려견 예능은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개는 훌륭하다>는 예능 작법이나 장치의 가미가 아니라 아프지만 정확한 메시지를 담으면서 변화를 만들어냈다. 강아지의 훈육을 돕기 위해 해법을 찾고 조언에 집중했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달리 훈련사의 시선은 늘 견주를 향하고 있다. 반려동물시장의 큰 축인 1인 가구에 대해 “1인 가구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다견 가구 견주에게 평온을 원한다면 모든 개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거나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딱 잘라 말한다.

전혀 준비 안 된 견주에게는 보호자가 보호자다워야 개들도 훈육이 된다고 먼저 짚고, 서로 살벌하게 싸우는 맹견만 6마리를 함께 기르는 견주를 보고는 내 마음 속에서는 불법이라며 분노한다. 결국 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이전에 제대로 되지 못한 습관과 지식, 태도를 가진 사람이 문제란 뜻인데, 여기서 동물과의 교감과는 또 다른 공감과 공분과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생긴다. 그리고 늘 그랬듯 강형욱은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답을 찾아간다.



혹시 이쯤에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지 않는가. 캐스팅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전문가 출신 방송인,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전문 예능인, 그리고 비교적 젊고 어여쁜 여성 출연자로 이뤄진 구성. 솔루션이 필요한 현장에 카메라를 놓고 현장 본부를 차려 관찰하는 방식. 견종공부라든가, 노견 안는 법과 같은 반려견 관련 상식을 알아갈 수 있는 정보와 지식. 문제를 해결해가는 빌드업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와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욕심과 무지와 잘못된 습관과 태도. 끝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메시지와 캠페인까지 <개는 훌륭하다>는 소재와 출연자는 전혀 다르지만, SBS <골목식당>의 스토리라인과 재미 요인을 벤치마킹해 영리하게 녹였다.

<골목식당>의 인기는 맛있는 레시피가 아니라 때로는 인간개조 프로젝트도 불사할 만큼 우리네 기저에 깔려 있는 잘못된 습관과 태도와 생각을 뜯어고치는 데 있다.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욕심이나 계산보다 먼저 성실함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은 반드시 그 성과를 볼 것이라는 진부한 메시지를 진정성과 드라마틱한 변화로 이끌어내기에 메이크오버의 재미와 감동이 피어난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지향을 제안하고, 올바름에 대한 관점을 일깨워주면서 백종원은 우리 사회의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마찬가지로 <개는 훌륭하다>도 나름 목적과 지향이 뚜렷한 캠페인이다. 반려견 견주들의 공감이나 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모습의 전시가 아니라, 근본원인인 반려견 견주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강형욱 훈련사는 틈틈이 견주들에게 불편한 소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려견들의 문제 속에서 우리네 인간의 본능과 사회의 습성을 담아내고,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올바른 길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개를 훈련해서 길들이는 게 아니라, 어떤 삶의 자세를 갖고, 어떤 지향으로 반려견을 대하고 스스로를 이끌어가야 함께 행복한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문제를 지적받은 견주들은 결국 우리 모두가 조금씩 갖고 있는 문제의 여러 샘플인 셈이다. 교감이 아닌 공감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끝으로, 지난 방송부터 새로이 시작한 이별한 반려동물 찾아주는 ‘행복하개 프로젝트-개는 사랑을 싣고’ 코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동물 콘텐츠에서 시선을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옮겼더니 새로워졌다. 그런데 개와의 교감과 추억은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정체성과 신선함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기존 반려동물 콘텐츠의 접근방식이다. 기왕 벤치마킹한 김에 백종원이 늘 말하는 메뉴를 줄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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