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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박서준, 어쩌다 폼만 잡는 어리바리 캐릭터로 변했나
기사입력 :[ 2020-03-12 14:14 ]


‘이태원’ 디테일 부족한 박새로이 참 멋없다, 그게 박서준 잘못은 아니지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만큼 매력 있는 드라마가 한 주만에 피시식 김이 빠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그 동안에도 <이태원 클라쓰>에 아쉬움들이 있기는 했다. 조이서(김다미), 마현이(이주영), 강민정(김혜은) 이사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점. 또한 힙하고 새로울 것 같은 드라마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재미는 있어도 과거 인기 드라마들의 시청률 코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그러했다.

또한 대기업 장가의 회장이 작은 포차 법인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박서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는 설정도 좀 말이 안 되기는 했다. 마치 백종원이 잘나가는 분식집 젊은 사장을 질투해 무너뜨리려고 애쓰는 격이니까. 하지만 유재명의 히어로물 악역 같은 장대희 연기 덕에 그 비현실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더구나 사실 큰 기업의 대표님 중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속 좁은 안하무인 꼰대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려러니 할 수 있다.



사실 <이태원 클라쓰>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과 그에 어울리는 OST로 영상만으로 보는 이를 홀리기는 작품이었다. 또한 선하고 용기 있는 박새로이와 악하고 비열한 장가 장대희와 장근원(안보현)을 대비시켜 짜릿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매 회 재미의 중심 포인트가 달라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맛도 있었다.

하지만 1회와 12회 차에서 이 모든 장점들은 휘발되어 사라졌다. 딱 한 장면, 아웃팅을 당해 좌절한 마현이에게 조이서가 전화로 ‘돌덩이’ 시를 읊으며 위로해 주는 그 장면만 반짝였다. 하지만 그걸로 11회와 12회의 단점들이 모두 덮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태원 클라쓰>가 심심해지는 데는 악역의 중심 장근원이 뒷길로 사라졌다는 것도 한몫했다. 막상 장근원이 사라지자 박새로이 서사가 좀 밋밋해져 버린 것이었다. 다만 장근원이 수감되고 장대희 대표이사 해임에 실패했어도 <이태원 클라쓰>는 할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우선 ‘최강포차’의 대결장면들이 그러했고, ‘단밤’ 프렌차이즈 실패 이후 다시 재기하는 재기담도 충분히 재미있게 그릴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디테일이 필요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말이 되게 만드는 촘촘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기를 <이태원 클라쓰>는 그저 방귀 뿡뿡 뀌듯 쉽게쉽게 진행해 버린다.



우선 마현이는 성전환 수술 이후 최강포차 대결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몇 달 전까지 매니저 조이서에게 요리를 못한다고 구박받던 처지였다. 그 이후 요리 실력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과연 최강포차의 유명한 요리사들을 재치고 우승할 만한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그런 부분들이 생략된 ‘최강포차’ 대결은 시시했다. 더구나 <이태원 클라쓰>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꿀잼 파트인 대결장면들 역시 생략하고 결과만을 보여준다. ‘단밤’의 직원들은 모두 ‘최강포차’의 우승에 환호하지만 시청자들은 피시시 김이 빠질 뿐이다. 아무리 빠른 전개를 좋아한다지만, 그렇다고 성의 없는 전개에 환호할 시청자는 없는 것이다.

한편 11회와 12회는 박새로이의 사업 최대 위기를 보여주는 회차이기도 했다. 장가에 포섭된 투자자의 철회로 ‘단밤’은 최대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뜬금없이 이태원 폐지 줍는 할머니 김순례(김미경)가 직원 토니(크리스 라이언)의 친할머니였다는 비밀이 밝혀진다. 뿐만 아니라 김순례는 이태원의 부동산 거물이자 큰손 투자자였다. 이 설정을 위한 전개도 사실 너무 밋밋하고 빤한데다, 억지감동에 길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김순례가 ‘단밤’에 투자하기까지의 과정이야말로 <이태원 클라쓰>가 가장 시시해지는 지점이었다. 박새로이는 이 사업의 드라마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저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토니를 빌미로 김순례의 투자를 받을 수는 없다고 찬물을 끼얹을 뿐이었다. 물론 대안은 없었다. 그저 얼굴을 붉히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는 게 전부였다.

이때 시청자는 당황한다. 아니, 이태원에서 이 정도 포차를 일궈낼 정도의 사업가의 태도가 겨우 스무 살 청년의 허세가 전부였단 말인가? 결국 이 투자는 조이서가 제주도까지 가 김순례의 마음을 사 이뤄진다. 뜬금없이 조이서에게 전화를 건 박새로이, 조이서가 제주도에 김순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는다.



극 초반과 달리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참 멋없다. 그냥 폼만 잡으며 할머니와 여자친구가 뒤에서 다해주기를 기다리는 능력 없는 남자애 같다. 안타깝게도 박새로이는 빛깔만 좋은 이태원 어리바리로 변해 버렸다. 박새로이의 만화적인 매력을 모두 살린 배우 박서준의 잘못은 아니다. 복수의 의지 외에 사업가로서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떠한 디테일도 준비하지 못한 제작진의 안일한 기획이 문제였다. 이렇게 흘러갈 것을 <이태원 클라쓰>는 왜 그렇게 대단한 것을 보여줄 듯 굴었던 걸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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