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오점 남긴 ‘미스터트롯’, 납득할만한 마무리 보여줘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결국 우승자 발표를 연기하는 초유의 결승전이 됐다. 이날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된 결승전에서 결과 발표는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진행을 맡은 김성주는 그래서 재차 양해를 구하며 마스터들의 결승을 본 소감을 물어보고 또 최종 7인의 인터뷰를 하는 등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채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집계가 어렵다는 제작진의 판단을 김성주는 전할 수밖에 없었다. 문자 폭주로 인해 서버 문제가 생겼고 새벽 내내 집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결국 김성주는 최종 우승자 발표를 다음 주 19일 밤 10시 <미스터트롯> 스페셜 방송분을 통해 발표한다고 공지했다. 최종 7인으로 결과발표를 기다리던 출연자들도, 마스터들도, 또 그 자리에서 응원하던 동료들과 가족들도 모두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자 발표가 연기된다는 건 거의 방송사고나 다름없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최종 발표를 앞두고 “60초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같은 오디션 단골 멘트를 날리며 채워지는 광고를 보면서도 결과에 대한 궁금증으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아닌가. 게다가 그 중 많은 분들이 사비를 써가며 문자투표를 했다는 사실은 이 초유의 사태를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렇게 된 사정을 알리며 사과했다. 무려 773만표라는 역대급 문자투표가 몰리면서 생긴 서버문제 때문이었다는 것. 제작진은 입장문을 통해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해내는데 수 시간 혹은 수 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애초 19일 발표한다는 공지 대신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고 투명한 결과 증명을 위해 로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후 제작진은 추가 입장을 통해 오는 14일 오후 7시 뉴스가 끝난 후 생방송을 특별 편성해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지금껏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이끌어온 <미스터트롯>으로서는 이번 결승전의 우승자 발표 연기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됐다. 물론 문자투표가 폭주한 것이 원인이라고는 하나, 이미 시청률이 30%를 훌쩍 넘을 만큼 관심이 쏟아지는 오디션 결승전에서 이를 전혀 대비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어쨌든 제작진의 미숙함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스터트롯>은 거의 신드롬급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여러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코로나19 같은 악재까지 겹쳐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를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결승을 미리 치러야 했고, 그 영상분을 공개하면서 문자투표로 결승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그 투표가 서버문제를 일으킨 것. 게다가 특정 출연자 편애설 같은 논란이야 그만큼 막강해진 팬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새롭게 불거진 ‘불공정 계약’ 논란은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계속 이어질 불씨로 남았다.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붐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된 건 다름 아닌 그만한 실력과 매력을 갖춘 출연자들 덕분이었다. 최종 결승무대에 오른 장민호, 김희재, 김호중, 정동원, 영탁, 이찬원, 임영웅은 우승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트로트가수로서 박수 받아 마땅한 무대들을 선보였다. 최종 결승무대 역시 그래서 오디션이라기보다는 7인7색의 콘서트를 보는 듯한 흐뭇함을 줬다.

하지만 이런 출연자들의 매력을 반감시킨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이나,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미숙함이 만든 우승자 발표를 못한 결승전은 아픈 오점으로 남았다. 조속히 사태가 해결되고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온 출연자들이나, 늦은 밤까지 제 일처럼 응원해온 시청자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마무리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