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지’, 누군가의 연애가 대중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으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안타깝게도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는 ‘리얼연애’라는 수식까지 붙였지만 시청자들을 부럽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첫 회 시청률이 3.1%(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2회는 2%까지 떨어졌다. 반응도 분분하다. 이들의 연애가 보기 좋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어째서 이른바 ‘찐연애’를 들고 왔는데도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게 된 걸까.

결국 이런 연애 관찰카메라의 경우 호불호는 출연자에 따라 갈리게 마련이다. 그것은 누가 잘하고 잘 못하고를 떠나서 취향의 문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이들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고, 사생활은 공적인 면들과는 사뭇 다른 개인의 취향이 담기게 된다. 그러니 그 취향이 마음에 들면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편함이 느껴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이러한 연애 관찰카메라가 가진 숙명이다.



그래서 연애 관찰카메라 형식을 가져온 <부럽지> 같은 프로그램은 왜 봐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진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달라진 연애관을 보여주는 게 취지라면 스튜디오에 최소한 그런 문화적 변화를 짚어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가 없이 연예인들로 구성되어 그저 그들의 연애를 들여다보고 “부럽다”고 외치는 패널들이 있다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그 연애 자체의 달달한 장면들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그런 순간들에 집중한다. 이두희의 사무실에서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 때 코딩을 하느라 경주마처럼 집중하는 이두희가 대꾸를 하지 않자 지숙이 그를 이해하는 장면이 그렇고, 그렇게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낸 즐거움을 이 두 사람이 공유하는데서 더 돈독해지는 관계가 그렇다. 또 돌아오는 길 “뽀뽀하는 걸 깜박 잊었다”며 운전하는 이두희를 설레게 하는 지숙의 전화도 연애의 달달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이것은 갑자기 거북이가 보고 싶다며 제주도 스쿠버 여행을 훌쩍 떠나는 최송현 커플이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이나, 결혼을 앞둔 이원일 커플이 식기를 구입하러 가서 의견차를 보이면서도 결국 그 식기에 상대방을 위한 음식을 줄줄이 얘기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달달한 연애에 빠져 있고,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은 그런 순간들이 나올 때마다 다소 과장된 리액션으로 “부럽다”를 연발한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시청자들에게도 ‘부러움’을 살지는 미지수다. 거기에는 이들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유명인이라는 점이 우선 어떤 거리감을 형성한다. 물론 유명인들도 연애를 할 때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미 방송을 통해 봐온 유명인들의 존재감은 이들의 연애를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들기에는 어딘가 장벽이 느껴진다.



그래서 연애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연인이 등장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 <부럽지>는 커플이 등장하는 <나 혼자 산다>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지숙과 이두희 커플의 이야기가 그렇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처럼 <부럽지>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은 건 두 프로그램을 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들의 관찰카메라지만 공감보다는 충분한 재미와 웃음을 주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재미를 기대하고 채널을 고정시킨다.

하지만 <부럽지>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연애의 달달한 순간들의 재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연애는 어쩐지 일반인들의 연애만큼 이제 시청자들의 관심 사항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저들의 연애가 아니라 보다 우리들의 연애를 보고픈 마음이 크고, 부러워하며 선망하기보다는 내 얘기처럼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중들은 부러워할 시간에 소소해도 내 일상의 행복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멀리 있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해도 내 얘기처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 간다. <부럽지>가 진짜 연애를 보여주고 싶다면 먼저 시청자들이 어떻게 하면 공감하고 몰입하며 나아가 이들의 연애를 지지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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