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혐오사회와의 대결, 우리식 오컬트 장르로 풀어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람은 왜 그렇게 남을 미워할까요? 왜 그렇게 저주를 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제 마음에 있는 악귀가 사람들의 저주를 좋아해요. 사람들이 저주하면 제 마음 속에서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려요. 전 언니 방법 못해요.”

tvN 월화드라마 <방법>에서 어린 백소진(이예빛)은 그렇게 말한다. 백소진에게 자신을 방법해 저주의 숲에 올려진 이들을 방법하려는 악귀의 주도권을 잡으라는 임진희(엄지원)는 무의식 속에서 어린 백소진을 만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저주를 내리려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 어린 나이부터 방법을 해온 백소진은 그런 자신을 못견뎌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아마도 백소진의 이 말 속에 이 드라마가 그 초현실적인 오컬트 장르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게다. 저주는 ‘혐오’의 다른 말이다. 우리네 사회가 SNS를 통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혐오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이 이 드라마가 그려낸 세계다.



진종현(성동일)이라는 악귀 들린 자가 등장하고, 그를 깨워내는 진경(조민수) 같은 무당과,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저주조차 무신경한 이환(김민재) 같은 괴물이 가능한 건, 누군가를 저주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넘쳐나는 사회였다. 그리고 SNS는 ‘저주의 숲’이 그러한 것처럼 혐오가 집결되고 뭉쳐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물론 <방법>의 결말은 이야기의 논리로만 보면 비어있는 개연성들이 많다. 그것은 백소진이 ‘저주의 숲’에 올린 임진희를 방법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지, 나아가 그 악귀와 어떻게 합쳐져 영원히 봉인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서의 논리적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만일 시즌2를 제작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런 부족한 개연성을 채워주는 건 ‘혐오’와 이에 맞서는 ‘희생’이나 ‘연대’ 같은 은유를 통한 개연성이다. 물론 <방법>은 살과 역살이 서로 날려지며 공격하는 색다른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성공적인 실험을 보여준 작품이지만, 이런 장르적 실험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혐오사회와 맞서는 연대하는 자들의 대결’이다.



그런 점에서 백소진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악귀에 대해 괴로워하는 장면은 혐오사회에 어떻게 맞서나갈 것인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누구나 저주하고픈 마음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괴로워하며 이와 맞서며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희생해 방법당할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려 한 임진희나, 차마 그를 방법하지 못하고 자신이 희생하는 걸 선택한 백소진이나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이었다.

우리네 혐오와 차별 때문에 겪고 있는 많은 상처와 고통들을 떠올려 보면 <방법>은 향후에도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우리 식의 오컬트 장르의 하나를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속신앙과 서구식 오컬트를 엮어낸 나홍진 감독의 걸작 <곡성>이나, 오컬트와 범죄물을 엮어낸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를 잇는 한국형 오컬트의 새 장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