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소재의 가능성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에 대하여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tvN 12부작 미니시리즈 <방법>이 이번 주에 끝이 났다. 연상호의 첫 텔레비전 드라마 각본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 시청률이 상당히 좋게 나왔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지만 소재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방법>은 세계는 한국과 일본의 무속신앙이 실제로 의미가 있고 현실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이 틀 안에서 설명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 몸을 옮겨다니는 악령이 있고, 사진과 한자 이름을 알고 소지품만 갖고 있으면 저주를 걸 수 있는 방법사도 있다.



충분히 재미있는 설정인데, 문제는 각본이 이 세계의 설명에 지나치게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12화가 될 때까지 이 세계는 완벽하게 설명이 안 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우리가 배경이 되는 세계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지금 사는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런데 <방법>의 각본은 마지막 회까지 계속 세계의 법칙을 추가해나간다. 그러니까 그러는 동안 주인공들이 꾸준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 긴장감이 없다. 이 상황에서는 무얼 해도 작가가 스토리 전개를 위해 새 법칙을 졸속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의 핵심인 방법이라는 저주술이 충분한 시각적 매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승패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이야기가 절반을 넘어가기 전에 모두 제시하는 게 맞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안정된 법칙이 지배하는 무대에서 자유의지를 행하고 있다는 믿음감이다. 중반 이후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단번에, 적어도 최소한의 설명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방법>에서는 그 안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의 해결책도 작가가 그렇다니까 그런 것이다. 세계의 정체가 엄청나게 재미있고 그 재미있는 정체가 나중에 폭로된다면 모르겠지만, <방법>의 세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들은 모두 기능성 디테일에 불과하다. 발견의 즐거움이나 놀라움은 없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사장의 몸 안에 들어있던 악령이 회사의 시스템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건 놀랍다기보다는 그냥 편의적이다.

다음은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때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어떤 때는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정답은 없다. 단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는 캐릭터가 더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나는 캐릭터와 이들의 관계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지금의 경향이 조금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영상 매체에서는 캐릭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방법>에는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무당의 딸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고등학생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이 있고, 소진의 어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악한 무당 진경(조민수)이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기자인 임진희(엄지원)도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모두 캐스팅이 좋아서 기본 설정을 갖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드라마는 도저히 이들에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 대신 세계를 설명하고 사전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인물들을 동원한다. 진희의 남편인 형사 정성준(정문성)도 있고, 자칭 도시탐정인 흥신소 사장 김필성(김인권), 민속학 교수 유정훈(남연우)도 있다.



이들은 다른 이야기에 독자적으로 등장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진, 진경, 진희가 드라마의 키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계속 나와 사건에 끼어들면 진짜 의미 있는 액션과 드라마를 막는 설명충처럼 보인다. 신문기자가 주인공이라면 이 모든 사건 수사는 그 주인공에게 맡기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유감스럽게도 <방법>은 잘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주인공들의 비중이 전체 러닝타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이상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악역에도 문제가 있다. 최종악당 진종현을 연기하는 성동일은 좋은 배우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이 느껴야 하는 감정은 좀 애매하다. 진종현이 인간 악당이라면 시청자들은 그냥 미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악당은 진종현의 몸에 들어간 악귀이다. 이런 존재가 최종악당이라면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은 증오가 아니라 공포여야 한다. 하지만 이 악귀는 두려워하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이고 완전히 미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인간적이지도 못하다.



시즌제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고 영화판 계획도 있다고 한다. 이후의 이야기를 위해 최대한 세계를 설명해야 했다고 여겼다면 이 구조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해가 된다고 해서 드라마가 성공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리 다시 봐도 이 세계는 그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평범한 정도이고, 관심이 가는 건 부족한 드라마 안에 갇혀 있던 캐릭터들과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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