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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에게 이런 걸 바란 게 아닌데... ‘이태원’ 제작진의 오판
기사입력 :[ 2020-03-21 11:21 ]


김다미 납치에 박서준 무릎? ‘이태원’ 소신 어디 가고 자극만 남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죽음 위의 일들. 장대희 회장에게 무릎 꿇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너무나도 쉬운 일.”

결국 박새로이(박서준)는 장대희(유재명) 앞에서 그렇게 무릎을 꿇었다. 장근원(안보현)이 납치한 조이서(김다미)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였다. 조이서를 위해서라면, 아니 사랑하는 직원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무릎 꿇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을 게다.

하지만 애초부터 소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토록 소신을 지키기 위해 무릎을 꿇지 않았던 박새로이가 무릎을 꿇는 장면을 굳이 연출하려 한 스토리는 여러모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남긴다. 왜 굳이 이런 다소 과장된 상황들을 그려내려 했을까.



<이태원 클라쓰>는 물론 초반부터 극적 상황들을 그려온 드라마가 맞다. 전학 간 첫 날 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제지한 이유로 퇴학을 당하고, 마침 그 가해자가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의 회장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버지도 퇴사하게 되는 상황이 그렇다. 게다가 그 아버지는 하필이면 그 회장 아들의 차에 뺑소니를 당해 사망하고, 그 일을 알게 된 박새로이는 화를 참지 못해 감방에까지 가게 된다.

어찌 보면 익숙한 복수극의 틀이고 다소 과장된 극적 상황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기대한 건 박새로이나 조이서(김다미)라는 새로운 청춘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복수극이라고는 해도 폭력이 앞서는 뻔한 장면들이 아닌 무언가 새로운 복수 방식을 기대하게 됐다. 무엇보다 박새로이의 소신을 통한 성공기는 그 자체로 색다른 복수극의 이야기가 될 법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드라마는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뻔한 복수극으로 방향을 바꿨다. 뻔한 복수극의 코드로 가장 식상하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납치’다. 출소한 장근원이 조이서를 납치하고 이를 통해 박새로이를 죽이려 한 것. 마침 그 사실을 알고 찾아온 장근수(김동희)가 차에 치일 뻔한 것을 구하다 박새로이는 대신 차에 치이고 혼수상태가 된다.

마지막 한 회를 남겨놓은 <이태원 클라쓰>는 초반의 기대감과 달리 과장되고 뻔한 설정과 폭력으로 점철된 복수극으로 바뀌었다. 극적인 상황을 높이려다 보니 개연성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차에 치여 혼수상태가 된 사람이 눈을 뜨자마자 병원을 나서 납치된 조이서를 찾아내려 장대희 앞까지 가는 이야기는 과연 현실적인가.



게다가 자신의 아들이 납치극을 벌이고 있고 그 파국은 그가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장가에도 치명타를 입힐 걸 알면서도 “무릎을 꿇으라”는 요구는 너무 뜬금없는 일이 아닐까. 그건 드라마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인물들을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느낌을 준다. 납치도 그렇고, 소신을 접고 굳이 무릎을 꿇는 상황을 설정한 것도 그렇고.

사실 이런 스토리 전개의 위태로움은 드라마가 성공기의 이야기로 직진하지 못하고, 조이서와 오수아 그리고 장근수가 엮어진 사각관계 멜로에 빠지고, 박새로이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주변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때부터 슬슬 드러난 바 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인 박새로이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건 치명적이었다.



굳이 납치극 같은 설정을 넣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성공이 그 무엇에도 무릎 꿇지 않고 소신을 지켜 이뤄낸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갖가지 편법을 써온 장대희의 자멸과 비교되는 가장 통쾌한 복수극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자극적인 상황들이 연출되며 시청률은 올라갔지만 <이태원 클라쓰>는 그래서 아쉬움도 커졌다. 어째서 드라마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도 애초 소신대로 밀고 나가지 못했을까. 무릎 꿇는 박새로이의 모습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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