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금밤’ 통해 새 숙제 받은 나영석 PD의 실험을 지지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나영석 PD의 실험이 마무리됐다.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이하 <금금밤>)가 20일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금금밤>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모바일 콘텐츠 감상 시대에 TV 예능의 갈 길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15분 ‘숏폼’ 콘텐츠를 모아 일반적인 한 시간 이상 분량의 TV 예능을 만드는 실험에 최고의 스타 PD가 나서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다.

‘체험 삶의 현장(이승기)’ ‘뉴욕뉴욕(이서진)’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친구네 레시피(홍진경)’, 김상욱 양정무 교수와 은지원 장도연 송민호의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 그리고 ‘당신을 응원합니당(박지윤 한준희)’ 등 모두 6개 콘텐츠가 선보였고 ‘당신을 응원합니당’만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스포츠 경기가 전면 취소되면서 7회에 조기 종료됐다.

20일 방영된 마지막 10회는 전반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공장을 찾아 노동 체험하는 ‘체험 삶의 현장’에서는 가수가 본업인 진행자 이승기가 LP 공장을 찾았다. ‘내 친구네 레시피’는 그간 다른 연예인들 집을 찾던 진행자 홍진경의 본가로 향했고 ‘신기한 미술나라’는 자화상을 테마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수긍이 가는 마무리였지만 <금금밤>의 최종 성적표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최고 시청률 3.4%(이하 닐슨 코리아)에 2%대 회차가 3%대보다 좀 더 많았는데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윤식당> <알쓸신잡> 등 수많은 히트 예능 시리즈를 만든 나영석 PD의 커리어로 볼 때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영석 PD가 프로그램 시작 전 이런 결과를 예측했다는 거다. 나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파편화된 프로그램이다. 캐릭터가 뭉쳐 케미를 주고받으면서 폭발력을 키우는 문법이 없다. 드라마처럼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게 기존 예능에서 보편적 문법인데 <금금밤>은 그렇지 않다. 시청률이 낮게 나올 것을 각오했다”고 밝혔다.

성적 부진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는 시청자들이 TV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쭉 보지 않고 모바일을 통해 쪼개진 영상 클립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선택적 시청이라는 변화에 대응을 고민한 결과라는 얘기다.



예견대로 완전히 다른 내용의 파편화된 숏폼 이어붙이기로는 TV 시청률 잡기에 불리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예능의 TV 시청률은 방송 시간 전체를 관통해 캐릭터들이 케미를 주고받으면서 절정을 향해 분위기가 고조돼야 높게 나오기 유리하다.

<금금밤>은 회마다 각 숏폼의 위치를 조금씩 바꿨는데 아마도 파편화된 콘텐츠들로도 시청률을 잡아보려는 고육지책이었던 듯하다. <체험 삶의 현장> <뉴욕뉴욕>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고 앞쪽에 배치됐지만 <당신을 응원합니다>가 빠진 이후에는 <신기한 과학나라>가 맨 처음으로 오는 파격적인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금금밤>의 시청률 부진에 대해 각 콘텐츠들이 신선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나 PD가 기존 성공 포맷을 길이만 압축해 큰 차이 없이 갖고 나와서 시청자들이 식상했다는 지적인데 이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나영석 PD의 성공작들 중에는 음식 예능들에서 볼 수 있듯 기존 포맷을 재가공해서 계속 성공을 이어간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좀 더 범위를 넓혀 한국 예능의 수많은 히트작들이나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들 중에 기존 예능 프로그램을 차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

<금금밤>이 남긴 숙제는 일단 숏폼 콘텐츠 사이의 급격한 단절에 초점이 맞춰져야 될 듯하다. 숏폼 사이가 어떤 형태로든 연결돼 방송 시간 내내 지속성을 갖춰 흥미를 유지시켜 줄 수 있으면 숏폼을 모은 예능도 성공할 수 있을까. 숏폼 콘텐츠들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도 각각 콘텐츠들이 단절돼있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유사한 특성을 가진 콘텐츠와, 유저의 관심사에 근거한 콘텐츠를 알고리즘으로 추천해주기 때문에 유저는 숏폼 콘텐츠들을 심리적인 연속성 지속성 속에서 감상하게 된다. 하지만 <금금밤>은 콘텐츠 분야가 제 각각이라 관심사가 폭넓은 시청자 아니면 계속 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금금밤>은 예능에 새로운 질문들을 남겼다. 이렇게 질문과 답찾기를 반복하면서 예능은 TV와 숏폼 플랫폼의 공존 방법에 다가갈 것이다. 끝으로 나영석 PD의 이번 실험은 시청률을 떠나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시청률 상으로는 실패가 다소 예감되는데도 새로운 길찾기에 나서는 것은 아무리 성공한 스타 PD라고 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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