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같은 ‘365’의 미로, 그나마 이준혁·남지현의 시선이 있기에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게임 같다. MBC 월화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에서 현실성을 찾는 건 어딘지 맞지 않는 일처럼 보인다. 그것은 애초 1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이른바 ‘리셋’ 자체가 비현실적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건 일종의 게임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동료 형사가 자신 때문에 잔인하게 살해당한 지형주(이준혁)나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된 유명 웹툰작가 신가현(남지현) 같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1년 전으로 리셋하는 걸 선택한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1년 전으로 돌아간 후 이들은 갑자기 데스노트 게임 속에 빠져버린다.



도착하자마자 박영길(전석호)은 마침 운전대를 잡고 있어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로또 당첨을 꿈꾸며 살아가던 최경만(임하룡)도 급성 심근경색으로 객사한다. 지형주는 가까스로 동료 형사의 죽음을 막고 범행을 저지르려던 범인을 잡았지만, 신가현은 자신 대신 친구 민주영(민도희)이 뺑소니를 당하고 그 뺑소니범이 같이 리셋한 서연수(이시아)의 남자친구라는 걸 알게 된다. 또한 리셋 전 자신을 뺑소니친 장본인이 서연수라는 사실도.

하지만 신가현과 다투고 헤어진 서연수 역시 공원에서 실족사한 사체로 발견되고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차증석(정민성)이 배정태(양동근)로부터 협박을 받아오다 어느 날 자살한 사체로 발견되면서 리세터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다. 한편 은밀히 사건을 추적하던 지형주와 신가현은 배정태를 의심하고, 그가 리셋 초대자인 이신(김지수)의 의뢰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배후로 의심되던 이신은 모두를 모아놓고 그것이 오해라는 걸 밝힘으로써 그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걸 드러낸다.



<365>가 그려내는 세계는 이처럼 리셋된 여러 인물들이 숨기고 있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그들이 의문의 죽음을 연달아 당하면서 차츰 긴장감과 궁금증을 높이는 방식으로 펼쳐져 있다. 서연수와 신가현이나 차증석과 배정태처럼 리세터들이 이미 리셋 이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은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나아가 그들을 초대한 이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이신이 부정함으로써 제3의 인물이 존재한다는 걸 암시하며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그나마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되는 건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신가현과 지형주라는 인물 덕분이다. 스릴러 장르의 웹툰을 그려온 신가현이나 형사인 지형주는 이 리셋과 관련된 인물들과 사건들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역할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시선을 따라 추리하고 번번이 반전 상황을 만나 놀라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드라마라기보다는 게임에 가까운 <365>에서 신가현과 지형주는 그래서 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중심에 놓여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혹은 게임 속에 던져져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신가현과 지형주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쏟아져 나오는 떡밥들 속에 이런 저런 추리를 해본다.

현실성 보다는 빠른 전개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이 드라마의 묘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만드는 건 아마도 그 게임 같은 세계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구현될 것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과연 운명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바뀔 수 있다면 그건 과연 좋은 일이기만 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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