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박명수는 과연 닭터유의 진짜 기획의도를 이해한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이른바 ‘닭터유’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됐다. 유재석의 치킨 도전이다. 그런데 게스트로 참여한 박명수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오랜만에 큰 웃음을 줬다는 반응도 있지만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어째서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게 된 걸까.

이번에도 ‘닭터유’ 프로젝트는 느닷없이 시작됐다. 제작진과의 회식 자리에서 김태호 PD는 갖가지 치킨들을 배달시켰고, 맛있게 치킨을 먹고 나서는 뜬금없이 옆자리에 앉은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어 치킨을 시켰다. 그간 치킨에 대한 많은 떡밥들을 날렸던 유재석이기에 새로운 도전으로 치킨을 가져왔던 것.

처음 해보는 치킨이 쉬울 리 없다. 정신없이 거기 적혀 있는 레시피대로 닭을 손질하고 튀김옷을 만들어 튀겨내는데 벌써부터 주문이 들어온다.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멘붕에 빠져 있는 그에게 갑자기 구원자처럼 박명수가 등장한다. 그는 이미 예전에 치킨집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래서 유재석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여겨졌다.



실제로 말은 경험자의 노하우가 묻어났지만 실제상황은 사뭇 달랐다. 당장 주문이 몰려오자, 치킨은 스피드가 생명이라며 해야 할 과정들을 생략하고 닭을 튀겨냈고, 그 과정에서 유재석과 치열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각자가 하는 방식으로 닭을 튀기는 광경이 연출됐다.

양념 또한 문제였다. 뭔가 할 줄 아는 것처럼 보였지만 박명수는 넣을 재료들도 빠뜨렸고 졸이는 과정도 생략해 그냥 고추장과 케첩 냄새가 따로 도는 양념을 내놨다. 시식을 해보고는 어이가 없어 웃는 유재석과 박명수는 마치 오랜만의 상황극 케미를 보는 듯했지만, 문제는 이 치킨들이 실제로 주문자에게 배달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재석은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치킨을 주문자에게 보내는 걸 꺼려했지만, 박명수는 어차피 공짜이고 정식오픈 전 시식이니 보내도 된다고 했다.

아마도 유재석과 박명수의 이런 대립구도는 짠 것은 아니더라도 이들의 오랜 케미 속에서 나오는 즉석 상황극적 요소들도 들어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명수는 이런 즉석으로 만들어내는 상황극으로 <무한도전> 시절 큰 웃음을 줬던 인물이다. 그러니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웃음을 보여줬다고도 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지금껏 해왔던 프로젝트들도 그렇고 ‘닭터유’ 프로젝트 역시 단순히 웃음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하필 이 시점에 치킨 도전을 하게 된 데는 김태호 PD 특유의 사회적 배려가 담긴 것이었기 때문이다. 완강히 거부하는 유재석을 설득하는 식으로 슬쩍 그 의도가 전달됐지만, 그런 사회적 의미는 이 프로젝트가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3월 달에만 문 닫은 치킨집이 100군데가 넘어가지고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치킨업계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이야기였다. 급식과 외식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닭고기 소비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래서 가격 또한 하락세라는 건 이 ‘닭터유’ 프로젝트가 웃음을 주긴 하지만 또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박명수는 어쩌면 이런 의도를 잘 몰랐을 수 있다. 그래서 갑자기 치킨을 튀기는 것이 유재석의 또 하나의 도전 정도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거기서 게스트로 참여한 자신의 역할이 그와 부딪치면서 어떤 상황극적 요소를 통한 웃음과 약간의 대결구도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틀린 판단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 아무리 공짜 시식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대충대충 요리를 하는 장면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놓고 보면 다소 보기 불편했을 수 있다.

예고편을 보면 이렇게 오래도록 치킨집을 했다는 박명수나 이제 처음 해보는 왕초보 유재석이 진짜 고수들을 찾아가 레시피를 배우고 대결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것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인 진짜 치킨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치킨 소비에도 일조하고픈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역시 김태호 PD다운 과하지 않으면서도 취지는 확실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첫 방에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차츰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박명수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닭터유’ 프로젝트로 치킨업계가 조금은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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