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좋은 이야기는 알겠는데 재미도 잡을 순 없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코로나 시국에 접어든 이후 tvN 예능 <유퀴즈>를 보면서 과연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유퀴즈>가 주력한 재미요소는 소소한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찾은 감동이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기본 설정에서 특정한 기획의도가 깃든 콘텐츠로 우회하면서 <유퀴즈>의 감성 다큐화는 보다 짙어졌다.

이번 주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감성의 피치를 잔뜩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부케 챌린지’의 일환으로 사랑의 꽃 배달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리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린 시청자 중 몇 명을 만나, 꽃을 배달하고 싶은 상대에게 함께 찾아가는 깜짝 이벤트로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 프러포즈를 준비 중인 예비신부의 러브스토리부터 무뚝뚝한 아내를 위해 감동 이벤트를 준비한 결혼 8년차 남편의 이야기,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는 중년의 아들의 사연, 임종 전까지 할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와 책자로 만든 손자의 나름의 기념의식까지 잔잔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찾았다.

 

 

 

 

 

특히 이 손자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그리움이지만 15년 이상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든 어머니를 존경한다며 ‘위대한 어머니’ 상패를 만들어 드리고,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평소 말로는 하지 못한 존경, 사랑, 눈물, 애틋함을 전했다. 그리고 ‘기억을 걷는 시간’이란 53회 제목답게 여러 시민들이 지금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돌아가신 할머니,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과 추억을 반추하는 인터뷰 영상을 붙여서 각자의 소중한 가족과 부모님, 조부모님을 한번쯤 떠올려보게끔 했다.

TV콘텐츠에서 재미야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지만, 큰 희생을 감내하며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조명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대구 의료진과 영상통화를 했던 편도 그렇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이번 주 방송도 그렇고, 감동과 눈물을 제일 앞세운 예능 콘텐츠라니 의미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낯설거나 낯간지러운 벽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따뜻한 위로, 감사함과 같은 정서적 공감대와 착한 에너지를 두고 머리를 긁적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1시간 40분가량 계속해서 펼쳐지는 착한 이야기는 휴먼다큐 라고 해도 과할 만큼 긴 호흡이다. 예능 차원의 장치인 퀴즈는 억지로 틈새에 집어넣은 먹방만큼이나 부차적으로 밀려났고, 감성을 말랑하게 만드는 BGM과 감동을 터치하는 글귀와 문장의 자막들은 전하려는 감동의 수위와 방향을 지시해준다.

물론 <유퀴즈>의 본 모습은 국민MC 유재석이 길거리로 나가 일반 시민들과 호흡하며 생기는 예측 불가능한 좌충우돌 상황에서 오는 재미와 웃음을 포착하는 리얼버라이어티 시절 코드가 중추를 이루는 예능이다. 유재석이 파트너로 낙점한 조세호와 특유의 주고받는 만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자기야’라는 나름의 유행어도 갖고 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자연스러운 만남이 제거된 상황에서 감동을 마주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담아내는 선한 에너지는 의미는 있지만 단조롭게 느껴진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나오니까 예능으로 분류할 수 있긴 한데, 콘텐츠의 핵심은 인간미다. 실제로 조금 더 진솔한 속마음 인터뷰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없는 카메라 앞에서 나온다.

 

 

 

 

 

길거리로 나가 일반인과 함께 만드는 예능 콘텐츠는 전통적으로 재미 구현이 매우 까다로운 기획이다. 선수가 아닌 파트너와 변수와 제약이 많은 한정된 상황에서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카운터도 있다. 얻어걸리는 의외성과 예상 밖의 조합과 출연자가 선사하는 신선함은 장점이다. 여기에 호감도도 최상이고, 배려의 자세와 진행 또한 국내 최고인 유재석이란 브랜드는 제작진의 개입과 스토리텔링이 적극적인 오늘날 예능 작법에서 조금 동떨어진 <유퀴즈>를 존재하게 한다.

좋은 사람들, 좋은 취지,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유재석의 존재감과 제작진의 의지와 심성은 훌륭함 그 자체지만, 너무 정면에 드러나면 그 가치는 반감되는 법이다. 감동을 우선시하는 일반인과 함께하는 예능이란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다고 바로 길거리로 나갈 순 없지만, 예측 불가능한 데서 오는 재미가 아쉽다. 제작진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과 ‘자기야’ 콤비의 합은 너무 익숙하고 훤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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