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세대와 함께 했던 친구들을 TV에서 보면 진짜 반가워요. 은지원이라든가, 김태우, 손호영이라든가, 그전에는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만나면 뭔가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예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게 참 이상한데. 뭔가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제가 못 보여주더라도 다른 친구들이라도 선배로서의 위상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무대잖아요.”

- KBS2 <스타 인생극장>에서 토니 안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어느덧 데뷔 16년차라는 이른 토니 안. 아이돌 전성시대의 문을 연 H.O.T는 등장 4개월 만에 음악 순위 1위에 오르는가 하면 다음 해에는 당당히 가요대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었다. 그 시절 아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파란 장갑을 사달라고 졸라댈 정도였으니 ‘단지 널 사랑해’, 이 한 마디가 만들어낸 토니 안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할밖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운, 기적과도 같은 성공이었으나 H.O.T에 이어 JTL까지 두 번의 팀 해체를 겪는 동안 갖가지 세상 풍파와 맞닥뜨려야 했고 그로 인해 우울증, 조울증, 대인기피증, 현실도피증 등 무려 8가지에 달하는 증세를 보이도록 홀로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벼랑 끝에 선 그가 모든 걸 내려놓고자 선택했던 군 입대. 하지만 다행히 그 안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는데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인, 한때는 라이벌이었을 젝스키스의 은지원이며 GOD의 김태우, 손호영 같은 동료들이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지나 보다.

“제가 못 보여주더라도 다른 친구들이라도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연예인의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가 뭘 말하고 싶은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신인 시절 선배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채찍질 했던 그가 이제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본의 아니게 반목을 했을지언정 이제는 기둥이 되어 서로 서로 받쳐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옳다는 사실을 예전 동료들을 볼 때마다 새삼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지난날 그가 그랬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리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이자 인생을 먼저 살아본 형으로서 무엇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그가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살다보면 성공을 했든 아직 하지 못했든 누구나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된다. 억울하고 싫어도 그게 세상사는 이치인 것을 어쩌랴. 그리고 실패가 닥쳤을 때 대부분이 가장 쉽게 택하는 방편이 포기일 게다. 하지만 그게 바로 대다수가 평범한 사람으로 남는 이유가 아닐는지. 토니 안 그는 H.O.T의 초고속 성장 뒤 해체라는 뼈아픈 좌절을 맛봤지만, 그러나 떨거지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춤이며 노래를 기본기부터 다시 배울 정도로 이를 악물고 노력한 끝에 그룹 JTL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리고 남모를 심적 고통에 시달리며 고생했지만 그 또한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포기하지 않은 건, 아니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아마도 자신의 꿈을 이어 달리는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지 싶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아이돌들, 그들의 현재와 미래가 어찌 남의 일 같을 수 있겠는가. 선두주자인 이상 이제 그의 성공은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닌 것이다.

군대 선임이었다는 젝스키스와 제이워크의 멤버 김재덕, 그리고 후임인 개그맨 양세형에게 건넨 한 마디 말이 가슴을 울린다. “나는 솔직히 내가 너희보다 항상 잘 됐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도와줄 수 있잖아. 너희가 나보다 잘되면 물론 좋지만 그러면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잖아.”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사이 그는 그 누구보다 단단해졌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파란 장갑을 끼고 ‘캔디’를 부르던 아이돌 토니 안, 마냥 귀엽기만 했던 그가 누군가를 돌보고 배려하고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고 대견하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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