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자네, 웨이터에게 베이컨을 씹으면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로 바싹 구워 달라고 주문해 봐.”

유민 홍진기(1917~1986)는 중앙일보 회장 시절 해외특파원에게 현지 언어로 이러저러한 말을 해 보라고 시키곤 했다. 홍진기는 온갖 질문을 던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로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고, 가렵다는 말을 그 나라 말로 해보라고 시켰다.

그가 낸 문제 가운데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카 퍼레이드 할 때 색종이를 뿌리지 않는가? 그걸 영어로 뭐라고 하나?”

이 문제에 답이 무얼까 생각했으나 찾지 못했다. 문제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불현듯 답이 떠올랐다. 동시에 외국어 공부법과 관련해 한 가지 깨닫게 됐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이해하는 일방향 공부에서 벗어나, 외국어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말을 외국어로 표현하는 양방향 학습이어야만 외국어가 체득된다는 것이다.

내가 배우고도 까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예컨대 나는 “나는 형과 두 살 터울”이라는 우리말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는 말을 영어로 써보라는 주관식 문제는 시험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영어 문화권에는 없는 우리말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익힐 기회는 더 드물었다. 그런 표현에 친숙해지면 영어가 더 가깝게 여겨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난 영어신문에서 우리나라 뉴스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영어신문에서 배운 그런 표현을 몇 가지 옮긴다.

- 김정희는 추사, 완당 등 호가 많았다. 호를 영어로 뭐라고 표현하지?
- ‘때’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없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
- 대리운전사는?
- 전셋값은?

호는 pen named이라고 쓴 걸 봤다. 때는 the dirt and dead skin cell, 대리운전사는 designated driver, 전셋값은 key money라고 하더라.

퀴즈 하나. 누룽지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답은 bobby brown이란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전문기자,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cobalt@joongang.co.kr


(자료)
- 김영희, 이 사람아, 공부해, 민음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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