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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과는 무관한 26살 청년 박재범
기사입력 :[ 2012-03-20 10:51 ]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경을 헤치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박재범. 그를 음악방송 리허설과 본 방송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만났다. 별 생각 없이 마주 앉았지만 눕지도 못하고 엎드려 잠을 청했던지 옆얼굴에 아로새겨진 쪽잠의 흔적이 너무나 선명한지라 이내 후회가 밀려들었다. 쉴 시간을 눈치도 없이 빼앗았지 싶어서. 하지만 수인사를 나누고 인터뷰가 시작되자 혹시라도 말을 잘 못 알아들을까봐 눈을 가늘게 만들어가며 집중하는 모습에서 순수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또 누구보다 예의바른, 그러나 결코 가식과는 무관한 스물여섯 살의 청년 박재범. 이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반드시 성공을 하고 말겠다, 뭐 이런 생각과 다짐은 없어 보입니다. 지금 당장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또 나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지낼 것 같아요. 그런데 그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어떻게 심리적 압박이 심한 연예인이 된 건가요?

A: 원래 가수를 할 생각 같은 건 없었어요. 연예인이나 가수가 어릴 적 꿈도 아니었고요. 그냥 음악이, 춤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우연히 가수가 되어 있네요. 다만 제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가족이거든요. 가족을 위해 성공하고 싶었고, 돈을 벌어 가족을 기쁘게 해주는 게 좋았고, 이젠 제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뭐든 힘이 되어주기 위해 더 잘 되고 싶어졌어요. 돌아올 때 가족과 AOM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요.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춤이 먼저려니 했는데 실은 가사를 먼저 썼더군요.

A: 중학교 때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랩을 좋아하게 됐죠. 자주 듣게 되니 또 따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차차 제가 직접 가사를 쓰게 된 거예요. 책을 많이 읽고, 노래를 많이 들었던 게 가사 쓰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Q: 우리나라 말이 아직 어눌하지만 꽤 재치가 있는 편이에요. 영어를 사용할 때도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나요? 영어 가사의 경우 잘 쓴 건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잖아요. 답답하더군요.

A: 방송을 영어로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저 스스로는 친구들 사이에서 재밌는 아이로 통한다고 생각해요.(웃음) 한국말로 가사를 쓰는 건 아직은 많이 서툴고 부족하죠. 제대로 잘 쓴 건지 알 수 없으니 저 역시 답답하기도 하고요. 형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조언을 구해요. 저도 그 점 아쉬워요. 노력이야 하겠지만 쉽게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Q: 집안이 분위기가 음악이나 춤, 아니면 문학? 어느 쪽인가요?

A: 특별히 그런 편은 아니었어요. 저는 음악과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동생은 방에 틀어 박혀 게임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었고 저는 밖으로 자꾸 나돌았어요. 그러다보니 아주 어릴 때말고는 동생과 어울린 기억이 거의 없네요. 잘 추진 못했겠지만 춤에도 관심이 많았죠. 어셔를 우상으로 여겼는데 그 사람의 모든 걸 무작정 따라하고 싶었어요. 몸도 어셔처럼 만들고 싶고, 옷도 똑같이 입고 싶고. 어렸을 때 마이클 잭슨이나 어셔를 보고 많이 연습했지만 본격적으로 ‘나도 춤을 춰봐야겠다’ 생각한 건 고1 때였을 거예요. 그 때부터 고등학교 친구들과 같이 연습하러 다니고, 동영상을 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Q: 남들은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날 시점에 재범 씨는 역으로 한국으로 오게 됐는데요. 제가 그 또래 학교생활을 좀 압니다. 학교에 가면 수업은 뒷전인 채 다들 잠을 자잖아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A: 한국이든 미국이든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진 않겠죠. 운동하는 친구들도 있고, 저처럼 음악 하는 친구들도 있고. 학교 친구들이 왜 잘 수밖에 없는지 모르는 게 아니니까요. 이상할 게 없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잠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했어요.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데다가 미국에서 와서 저런다는 선입견을 주기 싫어서 안간힘을 썼죠. 하지만 저 역시 오래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나중엔 저도 막 잤어요. (웃음) 한국 학교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요? 없을 리는 없겠지만 제가 판단한다는 것도 우스워요. 얼마 안 다녀서 잘 모르니까요. 근데 알고 보면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심지어 1년에 수업에 두 번 참석하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어디에든 다양한 학생들이 있는 거죠. 한국 친구들이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해줬어요. 같이 농구도 하고, 매점도 다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워요.

Q: 학교 친구들 말고는 처음 와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재범 씨가 만났던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의 전부라고 여겼지 싶어서, 그게 아쉬웠습니다.

A: 처음엔 참 낯설었어요. 나와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연습생이 뭔지도 모르고, 가수가 뭔지도 모르고 왔으니까요. 각오 같은 것도 없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에 왔기 때문에 제가 여태껏 살아온 방식과 다르다는 점이 이해도 안 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일이든 사람이든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적응하게 되고.

Q: 제 친구가 몇 달 전 비행기에서 재범 씨를 본 적이 있다더군요. 내릴 때까지 내내 잤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을까 싶었어요.

A: 아, 제가 비행기 타는 것을 질색해요. 사실은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최대한 피곤한 상태를 만들어서 타는 거예요. 일부러. 계속 잤다면 작전이 성공한 거죠.(웃음)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Q: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열혈남아> 때 마지막으로 합류하기 위해 배에서 내리던 모습이 기억나요. 그때 솔직히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음악도 아닌 예능, 이게 다 뭔가 싶었던 건 아니었나요?

A: 지금 생각해보면 하기 싫은 마음이 있긴 했어요. 우습게 본 건 결코 아니었고요. 제가 예능용 멘트나 연출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 이왕이면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즐겁고 재밌게 하는 게 좋잖아요. 그때도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고 특히 MBC every1 <아이돌 군단의 떳다! 그녀> 때는 붐 형이 여러모로 도와주고 잘 이끌어 줬어요. 다른 프로그램 제작진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고요.



Q: 지난번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 씨가 재범 씨 얘기를 꺼냈는데, 알고 있나요?

A: 직접 보지는 못했고, 팬 분들께 전해 들었어요. 사실 구라 형님이 똑같은 말씀을 KBS ‘불후의 명곡 2’ 녹화 때 저에게도 하셨었어요. “찬성이 되게 착하던데?”라고요. ‘라디오 스타’ 녹화 뒤였겠죠? 형님도 그렇고, 제작진 여러분, 특히 제 담당 작가님은 물론 다른 작가님들도 모두 다 저를 많이 챙겨주세요. 그래서 그런지 긴장은 돼도 어느 프로그램보다 편해요. 사랑받는 비결이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굳이 꼽자면 제가 장난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말을 재밌게 하는 편인가 봐요. 뭐 그런 걸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

Q: KBS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명곡 2' 이전에도 사실 기회가 있었는데요. 녹화까지 마친 무대 공개가 몇 차례나 무산되곤 했어요. 서운했죠?

A: 저야 괜찮아요. 그런데 팬들께서 실망을 많이 하셨어요. 사실 팬들은 제가 굳이 TV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저를 유튜브나 공연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니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더 성공하길 바라니까, 방송을 못하면 여러 사람에게 저를 알릴 수 없으니까, 그게 속상하신가 봐요. 물론 저도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면 제 음악을 쉽게 홍보하지 못하잖아요. 그래도 크게 마음에 두진 않아요. 전 언젠가는 잘 풀리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됩니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soyow@freechal.com
정리: 유리나
사진: 전성환
사진, 일러스트: 정덕주
장소: de Bas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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