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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감히 시청자와 ‘밀당’을 하다니..
기사입력 :[ 2012-04-13 14:10 ]


- <패션왕>,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 유아인·신세경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지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패션왕>, 이 드라마에 정 붙이기가 참 어렵다. 보통 공감이 가야 감정 이입이 되고 감정 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아야 애정이 샘솟기 마련인데 어찌 된 일인지 정을 좀 줘 볼라치면 저만치 냅다 달아나 버리고, 그러다 아예 포기를 해버릴라치면 약을 올리듯 돌아오는 식이다. 아니 무슨 드라마가 시청자를 상대로 밀고 당기기를 하느냐고. 애당초 이 드라마를 목 빼고 기다렸던 건 연기자들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유아인이며 신세경, 이제훈까지, 아직 연륜은 일천하지만 누구보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놓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가기에 기대가 될 밖에.

그러나 인물의 성격이 종잡을 수 없는데다가 이야기가 중심을 잃고 표류한다면, 아무리 준비된 연기자라고 해도 그 안에서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극중 하도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마치 상황극 한편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흔히 개그맨들이 상황극을 연출할 때 뜬금없이 코앞에 미닫이문이 나타난다거나 계단이 보인다거나 하며 장난들을 치지 않나. 그와 마찬가지로 동대문시장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더니 갑자기 조폭의 애인과의 연루는 무엇이고, 밀항은 무엇이며, 선상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무엇이냔 말이다.

복역을 마친 강영걸(유아인)과 어렵사리 입학했던 패션스쿨에서 쫓겨난 이가영(신세경)이 동대문으로 돌아온 4회에 이르도록 그들이 겪고 치러야 했던 고난은 이미 한편의 영화가 아닌가. 그런 어불성설의 사건들 속에서도 감정 선을 흐트러트리지 않을 수 있다니, 연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4회 끄트머리에 영걸이 궁지에 몰린 가영을 나 몰라라 하고 도망을 쳤을 때는 순간 이 드라마를 포기할까 말까, 갈등이 일었다. 물론 죗값을 다 치루고 출소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조폭 두목에게 쫓기는 신세지, 자신을 밀고했다고 오해해 정재혁(이제훈)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두들겨 맞았지, 게다가 한 점 혈육인 고모의 닦달에 가진 돈을 다 던져주고 나왔으니 그 심정이 오죽이나 착잡했겠나. 또한 그 시점에 가영을 구하러 나선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도, 그래도 주인공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주인공이 그처럼 실망감만 가득 안겨주면 어쩌자는 얘긴가.








그러나 묘하게도 5회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수소문 끝에 주마담(장미희) 가게에 얹혀 지내는 가영을 찾아낸 영걸은 주마담의 패악으로부터 가영을 구해내고, 그로 인해 시청자는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된다. 드디어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으니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패션왕의 길을 가게 되나 보다 하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을 차렸나 싶었던 영걸은 여전히 오나가나 사기꾼 행각, 특히나 자신을 위해 끝없는 희생을 해온 가영에게 도둑질까지 시킬 때는 등짝이라도 후려갈기고 싶을 지경이었다. 돈 없고 운도 지지리 없는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만 난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정재혁은 더더욱 한심하다. 아무리 일촉즉발의 상황이라지만 얼마나 무능하면 조마담이 어떤 여자인지 빤히 알면서 그런 인물의 사주에 귀를 기울이겠나. 호기로웠던 두 청춘의 패기가 한낱 교활한 술수로 인해 와해되는 광경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따라서 이젠 정말 끝이다 싶었는데 이게 웬 일, 영걸이 마이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순간 또 다른 희망이 생기지 뭔가. 확실한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젠 정말 보란 듯 실력을 발휘해주겠거니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혼돈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의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싶은 모양이지만, 잘 살거나 못 살거나,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순수하거나 순수하지 못하거나와 상관없이 죄다들 개념이 없고 사랑에 있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릴 수는 없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극에 활기를 불어 넣을 중견 캐릭터도, 존경할 만한 어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 무릇 드라마 흥행의 열쇠는 감칠맛을 낼 줄 아는 중견 캐릭터들이 쥐고 있는 법. 매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캐릭터를 완성해온 연기자 장미희에게 그처럼 입체적이지 못한 구시대적인 캐릭터를 맡겼다는 것도 불만 중 하나. 어쨌거나 시청자와의 ‘밀당’도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연기자들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지만 계속해서 참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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