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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엄마>, 주책바가지 최고만 회장의 순정
기사입력 :[ 2012-05-02 15:09 ]


- <바보 엄마> 신현준, 우주 최강 캐릭터

“자네 시간 많냐?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밖에 못 사는 사람이 직장 다니고 이 집 저 집 옮겨 가면서 버릴 시간 많냐? 내가 돈 자랑 좀 할까? 나 돈 엄청 많거든? 이런 병원 수십 개는 사고도 남을 만큼 돈 엄청 많거든. 그런데도 못 하는 게 있어요. 그게 뭔 줄 알아? 사람 명 줄 늘이는 거랑 가족하고 함께 못 사는 거야. 김영주, 세상엔 말이지. 가족하고 살고 싶어도 영영 못 사는 사람, 엄청 많거든. 사랑한다는 말도 그래. 오늘 못하면 내일 해야지, 내일 못하면 모레 해야지, 모레 못하면...... 이러다가 영영 못하고 가는 사람들, 엄청 많거든. 그러면 남아 있는 사람 마음은 어떨 걸 같으냐. 사랑한다고 얘기도 못하고 남아 있는 사람 마음은 어떨 것 같냐고. 그러니까 적어도 얘기는 해주고 가야 될 거 아니야.”

- SBS <바보 엄마>에서 최고만(신현준)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엄마’, 입 밖으로 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이름이 아닐는지. 그러나 빤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예상되어서일까? 아이큐가 70이 채 안 되는 지적 장애인 김선영(하희라)을 엄마로 둔 주인공 김영주(김현주), 열여섯 살짜리 딸이 낳은 아이를 제 자식으로 입적시켜 기를 수밖에 없었던 선영의 어머니 서곱단(이주실), 그리고 영주의 딸 박닻별(안서현)까지, 무려 4대에 걸친 기구한 사연임에도 SBS <바보 엄마>에서는 좀처럼 가슴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느끼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선영 언니. 나한테 엄마지만, 나한테 다 덜어주고 나 밖에 모르는 바보 엄마지만, 난 아직은 엄마라고 못 부르겠어, 언니. 여기에 맺힌 응어리가 아직 안 풀려서 아직은 못 하겠어. 그러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줄래? 진심으로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나에게 시간을 좀 줘, 응?” 엄마를 지금껏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던 영주가 자신이 기획한 패션쇼 장에서 과거사를 솔직히 털어놨고, 그리하여 치매에 걸린 선영이 어머니를 제외한 삼 모녀가 뜨거운 눈물을 쏟는 감동의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어째서인지 함께 가슴으로 울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게 바로 과유불급이지 싶다. ‘지적 장애를 지닌 엄마’라는 소재만 해도 이미 KBS2 <웃어라 동해야>를 통해 한 동안 화제가 되지 않았나. 거기에 미혼모라든지 남편의 외도, 심장 이식 등 우리가 흔히 보아온 온갖 소재를 다 끌어 모아놓다 보니 결국 젓가락 갈 곳 없는 잔칫상이 되고 만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박복하기 짝이 없는 모녀들이 아닌가. 평생 의지가 되어야 할 엄마라는 사람이 지적 장애만으로도 부족해 미혼모라니. 엄마를 이모도, 언니도 아닌 ‘김선영’이라고 부르며 벌레 보듯 대하는 김영주가 싹 수 없이 느껴지긴 했으나 사실 가슴 먹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선영이 어머니의 삶은 짐작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뇌수막염에 걸린 딸을 감기로 알고 방치했다가 바보를 만들었으니, 엎친 데 덮친다고 딸이 어린 나이에 아비도 모르는 아이를 덜컥 낳았으니 그 심정이 얼마나 비통했을지. 그뿐이면 한숨 돌리련만 영주의 딸 닻별의 처지도 만만치가 않다. 아버지는 바람이 나 새 여자를 얻은 데다 엄마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모녀들의 얘기가 남의 집 불구경 같았던 것과는 달리 ‘같이 잠자고 같이 뒹굴다가, 그렇게라도 같이 살다가 떠날 때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엄마와 딸을 데리고 당장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고 강권하는 최고만(신현준)의 호통에는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눈물까지 났다. 코믹 캐릭터의 눈물에 감동하다니! 아마도 남부럽지 않은 부를 지녔지만 사고로 조실부모한 채 외롭게 살아온 그의 고통의 시간들이 절절히 다가왔기 때문일 게다. 신기한 건 그 같은 최고만의 진심이 보태지자 마치 마법의 가루라도 뿌린 양 극의 느낌이 일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바보 엄마가 너무나 부끄러워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애를 썼던, 심지어 다시는 저 여자를 보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했던 영주는 위기의 순간이 오자 도와달라며 바보 엄마에게 손을 내민다. “죽기는 니가 와 죽노. 걱정마라. 니는 절대 아프지도 않고 천년만년 건강하게 살 거다. 닻별이가 키도 이래 커가 어른도 되고 시집도 가가 아를 낳고 또 그 아가 아를 낳을 때까지 천년만년 건강하게 살 기다. 내가 장담한다.”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엄마는 확실히 엄마다.

최고만의 예언대로 영주가 선영을 엄마라고 부르는 날은 금세 다가왔다. 어릴 때는 아무도 못 듣게 배꽃 밭에서 남몰래 불렀지만 이제는 엄마를 껴안고 사무치게 불러본다. 엄마라고. 죽고 싶도록 부르고 싶었던 이름이니까. 주책바가지 최고만 회장의 순정이 진정으로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우주에서 최고로 멋있는 최고만 회장, 정말 최고의 캐릭터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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