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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나, 지현우 매력에 불을 지피다
기사입력 :[ 2012-05-05 08:45 ]


- <인현왕후의 남자>, 돌아온 지현우의 매력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또 하나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tvN <인현왕후의 남자>, 이 드라마를 제목만 보고 사극이라고 속단했다면 오산이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남자 주인공이 갓 쓰고 도포 입고 칼싸움을 하는, 당쟁이며 정치적 음모가 물씬 풍기는 조선시대가 중간, 중간 배경으로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300년 후인 현재로 넘어오면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는 눈빛이며 대화들이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매력적인지 사극이라기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로 봐야 옳지 싶다.

하지만 나 또한 처음엔 장희빈 일파의 모략으로부터 폐비를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하는, 그녀를 지극히 사모하지만 하늘같은 군신유의 때문에 차마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려니 했었다. 이를테면 궁에서 쫓겨난 인현왕후가 정안수를 떠놓고 주상의 안위를 비는 모습을 훤칠한 외양의 무관이 안쓰럽게 지켜보는 장면을 예상했던 것이다.

실제로 첫 회엔 암살 위기에 처한 폐비를 구하는 주인공 김붕도(지현우)의 활약상이 크게 부각됐으니까. 더구나 그의 바람은 오직 폐비의 복위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간 질리리만큼 숱하게 많이 보고 들어온 숙종과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들의 삼각관계로는 모자라 이제 별의 별 이야기가 다 나오네 했는데 알고 보니 ‘인현왕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과거 속 비련의 여인이 아니라 드라마 ‘新장희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게 된 여배우 최희진(유인나)이었던 것. ‘남자’는 당연히 300년 전 숙종 시대와 2012년 현재를 넘나드는 홍문관 교리 김붕도이고. 그런데 김붕도라는 남자,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조선시대 선비라는데 고리타분하기는커녕 왜 이리 멋지지?

“우리가 만난 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가 보오. 이유가 있는 만남이 아니겠소?” 내가 왜 당신이 불쑥불쑥 나타날 때마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최희진이 귀염성 있는 투정을 부리자 지긋이 미소 지으며 필연이라고 단언하는 김붕도. 그러더니 대뜸 키스를 하고는 한다는 소리 좀 보소. “양반의 예의를 지키라 하지 않았소? 이번엔 제대로 했소? 그, 내 사는 곳에선 이건 정인들 사이에서나 하는 것인데. 여기선 고작 작별인사라니 참 이상하긴 한데. 난 처자의 가르침을 무조건 믿소.”

이 남자, 허우대만 멀쩡한 게 아니라 말재간이며 대처 능력이 장난이 아니다. 최희진, 그녀의 말마따나 옛날 양반들이 재미없고 딱딱하리라는 건 편견일는지도 모르겠다. 열아홉에 장원급제한 수재답게 하나를 일러주면 열을 터득하는 지혜를 보이는가하면 암기력도, 판단력도 남달라 과거에서 왔다지만 2012년 현재를 사는 데에 전혀 거침이 없으니 말이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놀라는 법도 갈팡질팡하는 법도 없이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남자다. 맨몸으로 아프리카에 던져 놓아도 살아남을 배짱을 지녔다고 할까? 과거에서 현재로 올 때마다 매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습을 도적질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워낙 반듯한 품성인지라 왠지 훗날 다시 찾아가 머리 조아려 사과하고 충분히 보상할 것으로 상상되지 뭔가.

300년 전에 죽은 것으로 실록에 나와 있는 김붕도. 그가 부적의 힘으로 300년 후로 올 수 있었던 건 그토록 바라던 인현왕후의 복위가 이루어질 테니 한이나 품고 죽지 말라는 위안이었을까? 아니면 미리 살아날 방도를 찾아보라는 뜻이었을까? 아직 많은 의문들이 남아 있지만 김붕도 그라면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결론에 반드시 도달하리라는 믿음이 간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김붕도라는 인물이 이처럼 돋보일 수 있는 건 마치 맞춤 제작해 온 것 같은 배우 지현우 때문이다. KBS2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이후 꽤 오랜 시간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제야 비로소 제 옷장을 찾은 듯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또한 배우가 물을 만난 물고기 모양 기량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상대 배우의 뒷받침과 호흡은 필수. 순수하고 상큼 발랄한 최희진 역의 여주인공 유인나가 지현우의 매력에 불을 지펴줬지 싶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하나 없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인현왕후의 남자>처럼 무심히 들어갔더니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어지는 맛집도 있기 마련, 모처럼 찾아낸 이 좋은 드라마가 부디 마지막 회까지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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