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부모님도 얼마 못 갈 사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근데 지금은 좋아하세요. 남자 친구 부모님은, 지금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는 아니죠. 당연히 반대하셨죠. 저도 그 생각하면 약간, 안 그래요? 나중에 애를 낳았는데, 아들인데 9살 많은 여자와 사귄다? 어휴. 그때 석원 씨와 계속해서 조금씩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저, 정말 진지하게 노력했어요. 어떤 프로그램 하나 나갈 때도 옷이나 화장이나 하다못해 손톱도 덜 야하게, 덜 화려하게, 수수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죠. 너무 연예인 같아 보이고 드세 보이면 좋아하실 수가 없잖아요. 신경 많이 썼어요.”

- KBS2 <승승장구>에서 백지영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KBS2 <승승장구> 이번 주 초대 손님 백지영 씨의 남자친구 정석원 씨는 85년 생, 우리 큰아이보다는 한 살 어리고 작은아이보다는 한 살 위인 나이다. 사실 두 사람의 공개연애가 9살이라는 나이 차이로 화제가 된 바 있지만 나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본래 누가 누굴 사귀든, 나이 차이가 얼마가 나든, 다른 사람의 사랑 얘기에는 그다지 귀가 열리지 않기 때문인데 정석원 씨가 우리아이들과 같은 또래라는 얘길 듣고 나니 비로소 남의 일 같지가 않아졌다. 만약 아들아이가 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여자와 사귄다면? 또 반대로 딸아이가 9살 어린 남자 녀석과 교제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남의 일일 때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며 쿨하게 넘기겠지만 막상 내 자식의 일이라면 결코 덤덤할 수는 없지 싶다.

일단 극구 만류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 아마 세대 차이부터 시작해 별의 별 안 좋은 예를 다 나열해가며 설득에 나설 게 분명하다. 눈물로 호소할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치사하게도 세상 모든 부모들의 비장의 무기인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까지 들먹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백지영 씨의 얘기를 듣고 있는 사이 오히려 내가 설득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연애와 결혼에 있어 나이 차이라는 게 과연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나이를 위시한 온갖 조건들보다 더 소중한 것이 서로를 위한 진심어린 마음임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나. 그러나 세월이 흐르다보면 어느새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뒷전이기 마련, 대부분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적인 틀 갖추기에 급급하거나 목표에 도달하고자 남들과 비교를 해가며 상대방을 닦달해대게 된다. 그런데 백지영 씨는 지혜롭게도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가 아니라 순전히 두 사람을 위해 스스로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남자친구 부모님이 혹여 거부감을 느끼실까봐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외양에서부터 몸가짐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있다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욕은 물론 속어나 은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는지.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남자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잦다보니, 특히나 KBS2 <천하무적 토요일> ‘천하무적 야구단’에 매니저로 참여했을 당시엔 유일한 홍일점이기에 분위기를 위해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게 됐고 그로 인해 속어며 은어가 더더욱 생활화 될 수밖에 없었다나.

그런데 남자친구를 만난 이후 그런 안 좋은 버릇들이 깨끗이 고쳐졌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MC 탁재훈 씨의 표현에 따르면 한때는 ‘젊은 욕쟁이 할머니’였던 그녀에게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별게 아니랄 수도 있으나 이와 같은 작은 변화들이 결국 발전과 성공의 초석이지 않겠나. 중요한 건 그녀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사실일 게다. 남자친구를 위해서였지만 달라지는 노력의 과정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변화는 지속되기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정석원 씨는 SBS <옥탑방 왕세자>의 우용술 역을 통해 대중과 한걸음 더 가까워졌고 백지영 씨는 OST '한참 지나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주고 있다. 13년 차 댄스 가스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1등 보다는 오래오래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고 싶다는, 또한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가진 것들이 많아졌지만 앞으로는 가진 것들을 남들과 나누기 위한 삶을 살겠다는 백지영 씨, 그녀와 남자친구 정석원 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더불어 나이 차이를 비롯한 이런저런 편견들을 깨줬다는 점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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