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언제쯤 주연으로 할리우드를 평정할까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이병헌은 2012년 5월 23일 현재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 IMDB의 ‘스타 메터’ 라는 순위에서 263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스타 메터’는 IMDB 사용자들이 해당 인물을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가에 대한 순위다. 배우는 물론 감독과 제작자, 영화의 모든 스태프들이 전부 들어있는 순위이며 이미 사망한 인물 역시 포함된다.
현재 1위는 흥행작 <어벤져스>와 <스노우 화이트와 헌츠맨>에 동시 등장한 크리스 헴스워드가 차지하고 있다. <어벤져스>에서 로키 역을 맡은 톰 히들스턴이 2위에 올라 있으며 그 외에도 스칼렛 요한슨이나 조니 뎁 등 <어벤져스>와 <다크 섀도우>에 출연한 배우들이 10위권 내에 진입해 있다.
2000위권이라면 너무 낮은 순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IMDB에서는 ‘톱 5000’ 안에 드는 인물은 특별히 표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별로 감이 잡히지 않으니 이병헌과 비슷한 순위권 안에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이병헌의 위치를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권 인물로는 공리가 2629위로 이병헌과 비슷한 순위에 올라있고 티비 시리즈 <히어로즈>로 주목받은 일본계 미국인 마시 오카도 2620위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 티비 시리즈 <로스트>로 유명한 김윤진은 265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 스타로는 가수이면서 재즈 싱어인 해리 코닉 주니어가 2654위에 올라 있다. 힐러리 더프의 언니인 헤일리 더프가 2728위에 올라있으며 나스타샤 킨스키나 빈센트 갈로 등의 스타들도 이병헌과 비슷한 순위권 안에 들어있다.
현재 활동작이 없는 배우가 이 정도 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지명도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활동작이 개봉하면 순위는 급상승한다. 이병헌이 스타 메터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때는 2009년
이병헌 다음은 앞서 말한 김윤진이, 그리고 그 다음은 <스토커>라는 할리우드 첫 진출작을 만든 박찬욱 감독이 3000위권으로 순위에 들어 있다. 참고로, 필자 본인도 무명이지만 영화 감독인 관계로 IMDB에 이름이 올라 있는데 스타 메터 순위는 현재 786,164위다.
스타 메터 순위 2637위라는 것은 현재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배우’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지녔다는 것의 증명이다. 마침 <레드 2>에 브루스 윌리스의 상대역인 주연급 악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과 출연작
이병헌의 할리우드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게 됐으며 그것을 발판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것은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새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비와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비는 KPOP의 확산 초창기, 음악으로 먼저 진출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김윤진의 경우는 미국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병헌과는 다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다른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배우들도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IMDB 스타 메터에서 5100위권에 들어있는 최민식이나 7000위권에 들어있는 원빈, 7900위권에 들어 있는 장동건 등도 언어의 장벽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할리우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와 이병헌 이전에도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배우들은 있었다. <아메리칸 드래곤>으로 이미 1998년에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고 조나단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했던 박중훈이 있었다. <찰리의 진실>에서는 뛰어난 연기로 찬사를 받았지만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쉽게도 후속작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지현 역시 비, 이병헌과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했지만 역시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2009년 <드래곤볼 에볼루션>에서 박준형이 주조연급으로 등장했지만 역시 1회적인 출연이었을 뿐이다.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아트필름 <나는 비와 함께 간다>로 출발해 연기력을 검증받았고 블록버스터
현재의 발전 과정으로 봤을 때 이병헌이 더욱 큰 성공을 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 본다면 아쉬운 점은 발견된다. 아직은 ‘악역 스타’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일 있는 악역’은 어떤 배우들이든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배역이다. 하지만 간혹 ‘완벽한 영어 구사가 힘든 외국인 배우들’이 소모되는 배역이기도 하다. 이병헌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이후 연속으로 악역만을 맡고 있다는 점은 아주 약간의 불안요소다. 조연급에서 주연급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으니 그 다음은 악역이 아닌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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