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관우·김연우, ‘나가수’에서 만난 그분들 맞나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하여 아쉬움을 남긴 조관우 씨와, 역시 서운한 마음을 안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으나 ‘나는 가수다2’로 돌아온 김연우 씨, 이 두 가수가 우연히 엇비슷한 시간대 시트콤 두 편에 각기 출연 중이다.

사실 조관우 씨가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 무능하고 찌질한 연예기획자 역으로 출연하기 시작했을 때, 그때만 해도 먼저 ‘도대체 왜?’ 하며 고개부터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성을 울리는 노래 ‘늪’과 사기성 짙은 연예기획자가 도무지 어울려야 말이지.

일찍이 윤종신 씨도 MBC <논스톱4>며 <태희혜교지현이>에 고정 배역으로 나온 바 있고 얼마 전 이적 씨도 <하이킥! 짧은 다리에 역습>에 등장해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래도 실력파 중견가수가 하필이면 왜 좁아터진 지하 월세 방에서 가수 지망생 아이들 등이나 치는 사기꾼 노릇을 하나 싶었던 것.

그래서 아이돌 그룹 ‘청담불패’를 띄우기 위한 단발성 출연이겠거니 했는데, 하지만 어느새 130회가 가까워진 지금 ‘청담불패’는 성공리에 데뷔를 해 조관우 사장 곁을 떠났고 그는 청담 만화방 주인 김혜자 씨의 동생인 영화배우 김보희(이보희)의 매니저가 되어 만화방 식구들과 숙식은 물론 고락을 함께 하고 있다. 그것도 없어서는 허전할, 꼭 필요한 인물이 되어. 이젠 ‘조 매니저’ 없는 <청담동 살아요>는 상상도 할 수 없지 않을까?

누구나 지치고 힘겨운 날이 있다. 그럴 때 ‘그래도 내 처지가 너보다는 낫지’ 하며 안도하게 만드는 사람, 조 매니저가 바로 그런 존재다. 바보처럼 속없이 착하고 허구한 날 남에게 이용만 당하면서도 먹을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조 매니저. 하다못해 남의 제사상에 오른 음식까지 넘보는, 그야말로 걸신이 제대로 들린 이 찌질한 캐릭터를 연기 초보 조관우 씨가 이처럼 잘 해낼 줄이야.

그런가하면 MBC 시트콤 <스탠바이>에 출연 중인 김연우 씨도 조관우 씨 못지않은 준비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실력보다는 비굴한 자세로 승부하는 ‘아부의 아이콘, 김 작가’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누가 무슨 말만 할라치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하며 가방을 뒤적거릴 때마다 해장국이 나오질 않나, 죽부인이 나오질 않나, 신부용 티아라가 나오질 않나, 심지어 늘 부장님(박준금)에게 혼쭐이 나는 류진행(류진) 아나운서를 위해 마련한 경위서까지, 세상 만물이 완벽히 준비되어 있는 김 작가의 마법의 가방. 마치 램프의 요정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즉시 눈앞에 대령하는 김 작가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닐는지.

지난 일요일 ‘나는 가수다2’ 무대에 올라 감미로운 음성으로 ‘당신만이’를 부르던 김연우 씨. 그가 바로 아부를 일삼는 김 작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나가수’의 명성에 묻어가는 화제성 감초 역이려니 했는데 캐릭터가 확실하고 거기에 연기자의 열정이 보태지니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조관우 씨와 김연우 씨를 보면 확실히 노래와 연기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빼어난 가창력에 감성 있는 연기가 더해져야 공감 가는 호소력 있는 노래가 나오지 않겠나. 그간 가수들이 연기 도전에 종종 실패했던 건 턱없이 분수에 맞지 않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리라. 보는 이도, 하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두 사람, 후배들의 귀감이 되지 싶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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