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싱2>, 송종국에게 큰 절을 올려라!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 주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2>에 이변이 일어났다. 지금껏 하위 그룹에 속해 있었고 심지어 지난주에는 탈락 후보에 오르는 굴욕을 겪었던 전 축구 국가 대표 선수 송종국-이지은 팀이 다섯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심사위원 모두에게 8점을 받아 ‘시즌2’ 출발 이래 최고점을 기록하며 얻어낸 당당한 우승이다. 그간 밟아온 걸음, 걸음으로 봐서 이번 주가 탈락의 고비이겠거니 했는데 그 같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멋지게 뒤엎어버린 송종국-이지은 팀에게 우선 축하의 박수부터 보낸다. 근성 있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하기야 송종국 선수의 이 같은 약진을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은 오히려 그의 이번 도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히딩크의 황태자’로 불리며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던 시절의 빛나는 영광에 흠집이 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괜한 시도라고 여겼었다. 당치 않은 도전을 부추긴 제작진이 살짝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허벅지 둘레가 여자 허리 사이즈에 필적한다는 축구 선수와 댄스 스포츠가 어울려야 말이지. 민첩성과 근력 면에서야 다른 참가자들은 물론 댄스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뒤질 리 없지만 거칠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축구 선수에게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선이 나올 리 없겠고 더욱이 뇌쇄적인 눈빛이나 자세는 결코 불가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날 그가 보여준 ‘파소도블레’는 강렬했고 고혹적이기까지 했다. 무심히 보다가 화들짝 놀라 ‘진짜 송종국 선수 맞아?’ 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을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한 주일 사이에 이리 달라질 수 있을까?

파트너 이지은 씨의 말에 따르면 남다른 연습의 결과라고 한다. 이전 경기에서 플로어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했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파트너의 스텝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몸이 모든 동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소하기만한 했던 댄스 스포츠 동작 하나 하나가 마치 바느질로 꿰맨 듯 몸에 붙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했을지 가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무대에 서면 머리가 하얘지고 음악조차 귀에 들리지 않지만 몸이 저절로 음악을 따라간다는 그의 노력에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나. ‘행운은 백 퍼센트의 노력 뒤에 남는 것이다’라는 MC 이덕화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세 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최여진을 비롯한 효연, 신수지, 예지원 등 상위 그룹을 내내 유지해온 스타들도 새로운 강적의 도발에 아마 가슴을 쓸어 내렸으리라.

그러고 보니 우리는 노력이 어떻게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지 이미 지난 해 스타들의 피겨 스케이팅 도전 SBS <키스 앤 크라이> 방송 당시 개그맨 김병만의 도전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또한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1>의 우승자 문희준도 초반에는 댄스 스포츠와 지금껏 자신이 추어온 춤의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였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우승 후보였던 제시카 고메즈, 김규리 팀을 따돌리고 최종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그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종목이었지만 피겨에 쿵푸를 접목시킨 참신함과 끈질긴 노력으로 체격의 열세를 극복해낸 김병만, 그리고 파트너와의 환상적인 교감으로 반전의 역사를 썼던 문희준과 마찬가지로 송종국 씨도 최종 우승까지 다투게 될까? 지난 주 송종국-이지은 팀의 우승으로 비로소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2>.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재미는 역시 반전 캐릭터의 등장이다. 제작진은 송종국-이지은 팀에게 큰 절이라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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